[사랑과성의 풍속사] (81)록
기사입력 1998년 05월 06일 14시 14분
전세계적으로 록이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록 마니아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언더'를 뚫고 땅위로 나온 김종서 등 몇몇 로커들의 활동은 늘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록 교과서들은 하나같이 책 앞부분에 `록은 청교도적이며 지배적인 도덕주의, 통제적 성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항에서 출발했다'고 쓰고 있다. 벌써 뭔가 혁명적이고 체제전복적인 냄새가 솔솔 풍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록은 가부장적이며 여성비하적인 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주장일까.
록의 여러 개념 가운데 `칵 록'이라는 것이 있다. `소녀들에 대한 성적 지배'를 암시하는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남성적 지배를 묘사하는 록의 남성성은 `칵 록'의 관습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됐다.
조명을 받아 땀에 번들거리는 보컬과 연주자들의 근육. 바로 `마초'의 이미지다. 로커들은 무대에서 `근육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남성다움을 과시한다.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옷마저 근육을 다른 방법으로 자랑하는 로커들의 상투수법이다. 어떤 사람은 "기타와 마이크 스탠드 또한 남근적 상징 장치"라는 말까지 한다.
레드 제플린부터 건즈 앤 로지즈에 이르기까지, 록의 이런 남성주의적 전통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얼굴에 페인팅을 하고 가죽옷을 걸친채 무대에 서는 것으로 유명한 `키스'같은 밴드는 툭하면 마이크 스탠드에 여자 팬티를 걸었다. 때로는 그 팬티를 입에 물기까지 했으니 여성 입장에서 보면 불쾌할 수 밖에 없다.
반항아는 언젠가 나타나는 법. 록 내부에서 여성 로커들이 남성주의적 록에 대해 반란을 꾀하기 시작한다.
재니스 조플린과 패티 스미스. 70년대에 주로 활동했던 두 여성 로커는 록 역사상 처음으로 남성 록에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들이 뿌리가 되어 여성 록은 80년대 들어 눈에 띄게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마약 중독자였던 세기의 로커 커트 코베인의 애인 코트니 러브는 툭하면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엿 먹어라'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녀에 비하면 언젠가 삐삐롱스타킹의 고구마가 방송국 카메라에 대고 해댔던 `엿 먹어라'는 애교다.
로커는 아니지만, 세월이 흘러 신디 로퍼는 이제 이런 노래를 부른다.
`어머니가 말하셨지. 언제 인생을 똑바로 살아갈래? 나는 대답했지. 어머니, 우리는 참 불행아들이죠. 그리고 여자애들은 즐기고싶어할 뿐이에요.'
이 노래는 원래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아들아, 넌 인생에서 뭘 원하니? 나는 대답했지. 아버지, 우리는 참 행운아들이죠. 여자애들은 즐기고싶어할 뿐이예요'라는 로버트 해저드의 여성비하적인 곡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