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명물] 저고리 입고 유럽여행 조혁상군
기사입력 1998년 05월 06일 14시 14분
세상에 이렇게 별난 사람이 또 있을까.
성균관대 한문학과 4학년 조혁상군(23).
도대체 무얼 하는 사람인지 조차 분간하기 힘들 만큼 희한하다.
우선 차림새부터가 그렇다.
바지저고리와 그 위로 드리워진 쾌자, 검정색 군화, 선글라스.
신구(新舊)가 뒤섞여 어색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 최신식 노트북과 고풍스런 부채, 그리고 죽도까지 들었으니 보는 이들이 "별 이상한 녀석 다 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릴만도 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신세대 무사' 같다고나 할까.
새내기 때는 더했다.
삭발한 머리에 삿갓을 쓰고 등에 칼을 멘 채 강의실에 들어갔다가 교수로부터 "혹시 스님이시냐"는 질문을 받기까지 했다.
또 지난 96년 여름에는 바지저고리 차림에 삿갓을 쓰고 유럽여행에 나서 현지인들에게 볼거리를 주기도 했다.
그의 별명은 부채도사.
일반인들보다 걸음이 두어배는 빨라 `축지법'으로도 불린다.
"한복은 편해서 입습니다. 물론 개성도 있지요."
조군은 30여벌의 한복을 가지고 있으며 생활한복을 만드는 `질경이 우리옷'의 모델로도 나선 바 있다.
취미는 칼 수집.
그동안 이래저래 모은 칼이 56자루나 된다.
그의 방은 숫제 칼 창고다.
방울뱀 가죽과 표범의 이빨로 칼집을 장식한 브라질칼, 200년도 더된 인디언 도끼, 이 밖에 중국, 네팔, 인도, 스페인 등지의 진귀한 칼들이 수두룩하다.
칼이 많다 보니 `칼갈기'도 취미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는 또 장미향과 안동소주도 즐긴다.
인도산 장미 잎사귀를 가지고 다니며 불을 붙여 향을 음미한다.
이따금씩 대마초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끊을 생각은 없단다.
"안동소주는 주석 술병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마시는데 과음하지는 않습니다."
조군은 학교를 벗어나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서당'에서 경서를 읽고, 틈틈이 검도 합기도 등으로 심신도 수련한다.
온갖 별난 데다 신경을 다 쓰고 살지만 늘 과수석을 다툴 만큼 성적도 좋다.
[전지영 명예기자(성균관대)]
◇성균관대 명륜당 앞에 선 `부채도사' 조혁상군.
◇지난 96년 7월 바지저고리에 삿갓을 쓰고 유럽여행을 떠났었다. 이탈리아 로마의 트래비분수 앞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