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15)식인종 조상
기사입력 1998년 05월 06일 14시 14분
인도네시아 오지 탐험에서 인정많고 순박한 원주민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빼놓을 수 없다.
수마트라는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섬으로 한반도 면적의 약 5배나 된다.수마트라의 울창한 삼림은 희귀 동식물의 서식처로 이름이 났다.
문명 세계의 오염을 모르는 이 섬은 태고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묻어난다.아직도 이방인들의 발길이 잦지 않아 원주민들 특유의 전통적인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북부 수마트라의 주도인 메단에서 남쪽으로 약 1백70㎞를 달리면 아시아 최대의 담수호인 토바호(Lake Toba)가 나온다.
이 호수 중앙에는 약 3만∼7만년 전의 화산 활동으로 호소 바닥의 지표가 솟아나 생긴 사모시르섬이 있다.
토바호는 고여있는 담수호임에도 물은 대단히 차갑고 투명하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450@, 길이는 100㎞, 폭은 31㎞에 이른다.
호수 복판에 솟아있는 사모시르섬은 `섬 속의 섬'.
싱가포르 만한 크기의 사모시르섬에는 기원전 2000년 전부터 터를 잡았다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 섬에 사는 여섯 부족들은 저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풍속과 가옥 형태마저 서로 달라 흥미롭다.
호수와 험난한 산악지대로 둘러싸인 지리적 여건 때문에 이곳은 외부에서의 침입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 원주민들이 `열대의 낙원'에서 평화를 누려왔으리라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워낙 고립된 생활을 하다보니 그것이 오히려 화를 불러 왔다.
사모시르족은 부족끼리의 분쟁이 끊이질 않으면서 호전적이고 난폭한 성질을 지니게 되었다.
그들은 적이나 죄수의 인육까지도 서슴없이 먹었으며, 그래서 식인종이라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모시르섬도 개화돼 원주민들이 달라졌다.
원주민들은 개과천선(?) 소박한 섬사람으로 돌아왔으며, 식인 풍습은 사라졌다.
한때 소문이 자자했던 사모시르 원주민들의 잔혹성과 경계심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해맑고 호의적인 미소, 소박한 몸짓이 다정한 이웃처럼 느껴질 뿐이다.
식인 기능(?)이 퇴화돼 버린 그들은 드넓은 호수의 품에 안겨 아늑한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고 있다.
사모시르 가는 길
수마트라섬에 있는 사모시르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로 간 다음 국내선을 갈아타고 북부 수마트라의 주도인 메단까지 들어간다.
메단에서 사모시르섬 관문인 프라팟까지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는 우리 돈으로 1천500원이면 탈 수 있으나, 7시간이나 걸려 짜증스럽다. 택시는 편도 80달러면 대절할 수 있는데, 4시간 걸린다.
식인종의 후예들인 사모시르 원주민들이 사는 토바호수 풍경.
죄수의 인육을 먹었던 사모시르족은 죄수를 처단하기 전에 추었던 망나니춤을 주술사가 보여주고 있다.
토바호수를 찾는 관광객들이 던져준 동전을 찾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원주민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