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야구 잘할 일만 남았어요'
기사입력 1998년 05월 05일 15시 08분
★…경기 종료후 그의 유니폼을 한번 보자.
흙투성이다.
유니폼에 새겨진 팀이름을 알 수 없을 정도다.
너무 열심히 해서, 하도 이를 악물고 뛰어다녀서 그에게는 `허슬 플레이어'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것도 작년까지의 일.
올해부터 LG서 해태로 갈아입은 새유니폼이 깨끗하다.
해태 송구홍（30．사진）의 요즘 처지다.
원인은 타격부진과 수비불안.
3루에서 2루로 새둥지를 틀자 아무래도 자리가 낯설었고 그것이 방망이까지 옮아갔다.
그러자 동료와 후배들이 가만 있지 않는다.
흔히들 야구선수들에게는 수덕（手德）이 있다고 한다.
사람좋은 송구홍은 인덕까지 갖춰 그를 따르는 후배들이 8개구단에 퍼져있다.
지난 3일 LG와 해태의 잠실 첫경기.
게임에 앞서 LG 유격수 유지현이 해태 송구홍을 찾아 글러브와 방망이를 선물했다.
지난해까지 팀 후배였던 유지현은 최근 송구홍의 성적이 부진하자 잘하라는 뜻에서 스카이라인 글러브와 루이빌 슬러거 배트를 전달한 것.
지난 3월 시범경기때는 건국대 2년 후배인 주니치 이종범이 아버지 이계준씨를 통해 미즈노배트와 손목보호대 20개를 선물한 바 있다.
`학용품 잔뜩 사주며' 주위에선 격려를 아끼지 않지만 정작 본인은 `시험'칠 기회가 별로 없다.
요즘엔 김태룡에게 밀려 2루자리도 못 지킨 채 벤치워머 신세.
송구홍은 요즘 기회만 있으면 이렇게 다짐한다. "이제 야구 잘할 일만 남았다"고.
[김성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