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야구생방송] '야구는 역시 끝나봐야 아는법'
기사입력 1998년 05월 05일 15시 08분
20년의 해설중 첫 실수는 지난 79년 제9회 봉황기고교야구대회 대구고와 서울고의 경기로 8번째 마이크를 잡던 날이었다.
아나운서가 말을 건넸다.
"중반까지 7_3으로 여유있게 끌어가던 대구고가 중반 어이없이 무너지면서 패배의 수렁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자, 하일성씨 이제 슬슬 경기를 마무리 해주시죠."
"네_. 정말 대구고로서는 어이없는 경기였던 반면 서울고는 역시 지난해 우승팀다운 저력이 있어요. 2사후 9번 정충민 선수에게 다소 방심해 우월 3루타를 허용한 것이 김영근선수의 3점 홈런으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대구고가 어렵게 됐습니다."
"아! 그렇군요. 역시 승부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느냐 못하느냐이군요."
서울고의 승리를 확신했고 또 해설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9회말 대구고가 한점 한점 따라 붙으면서 역전의 기회를 잡아가자 등줄기에 식은 땀이 나고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결국 승부는 대구고가 14대13으로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8회까지 13_9로 리드한 서울고의 역전패를 예상한 사람은 모르긴 해도 이세상에 단 한사람도 없었을 거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이때 너무 혼나서 절대 승패를 앞서가지 말자고 다짐을 했건만 지난달 30일 벌어진 32회 대통령배 고교야구 대회에서 19년전의 악몽이 되살아 났다.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4_4 동점에서 연장전에 들어가면서 중계는 시간 관계상 중단이 되었다.
연장 12회초 경남고가 송승준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얻었고 경남상고 내야의 실책으로 한점을 더 보태 경남고의 우승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사실 그때 본부석에서도 경남고의 우승을 예상, 대회 최우수상부터 모든 수상자의 명단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운명의 12회말, 승리의 여신은 끝내 경남고를 외면했다.
경남상고는 12회말 이중훈이 1사 2루서 우중월 2점 홈런을 날려 6_7로 따라 붙었다.
그러나 "오히려 연속안타보다 못한 홈런이구나"라며 끝내 실책으로 준 한점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1번 임성현이 안타를 쳐 "글쎄 이때는 홈런보다 연속안타가 나와야 역전이 된다"며 전 동국대감독 김종우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풀카운트에서 김호영이 6구째를 통타, 우측 펜스를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3시간 50여분의 대드라마는 마지막 순간 짜릿한 전율을 남긴 채 끝이 났다.
순간 `만약 중계가 이어져 19년전의 악몽이 되살아 났다면….'하고 상상하니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