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 훈9단●김동면 6단
기사입력 1998년 05월 05일 15시 08분
총보（1∼152）＝과정이 좋아야 결과 또한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승부란 어차피 최후에 웃는 자의 것이다. 이 판도 과정을 떠나 종반의 한수로 미소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 과정을 추적해보자.
초반 백 8, 10이 교묘한 수순으로 하변의 포석은 백의 의도대로 풀린 셈. 즉 하변 흑진은 다음 백 38의 급소가 통렬히 들어 요즘 잘 두어지지 않는데 백이 그것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44까지 별 저항을 받지 않고 하변이 파괴되니 당초 흑진에 하자가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발전성이 없는 곳은 가치가 그만큼 적은 곳이다. 상변 백진이 그런 곳. 따라서 흑 45, 47 발상은 좋지 않았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곳에서 괜한 힘을 낭비한 것이나 다름 없다.
`가'의 곳에 다가서서 하변 흑세를 보다 활용하는 폭넓은 바둑을 구사하는 것이 좋았다. 흑 61, 63은 `공격이 최대의 방어'임을 의식한 선제공격. 이제 중앙에서의 한판 힘겨루기가 불가피해졌는데 흑 67이 빗나갔다. 70으로 치받을 자리. 백 78의 한방이 들어 하변 백말의 숨이 트인다.
그런데 연이어 뚫고 나간 백 80이 실착. 81의 곳에 지켜두었으면 분규도 없었고 백이 편했다. 역으로 흑 81이 통렬한 일침. 97까지 끊고 나가서는 백의 고전이다. 그러나 위기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는 스타일이 강 9단이다. 백 98이 위기탈출의 비상구.
여기서 오히려 흑이 백의 덫에 걸려들고 만다. 흑 99가 그것인데, 102 쪽에서 몰아 중앙 백을 확실히 잡는 것이 무난했던 것. 흑 99로 몬 이상 흑은 백이 파놓은 수읽기 각본대로 따르지 않을 수 없다. 120까지 중앙 흑 7점이 속절없이 잡혀서는 승부도 결정난 셈이다.
하지만 이겼다고 느낀 순간, 방심은 여지없이 파고 드는 법. 백 126이 그런 수다. 137에 찝어 수습할 자리. 그런데 흑 135가 무책으로 패착. 141에 치중, 백 136, 흑 137, 백 138 때 흑 `나'로 두어 좌하귀와 하변 백말을 동시에 노렸으면 최후의 미소는 흑의 것이었다.
아무튼 강 9단은 지난기 2차예선의 패배를 설욕하며 8강에 도약, 다시 한번 86년의 영광에 첫 단추를 끼웠다. 152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