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56)

기사입력 1998년 05월 05일 15시 08분


"저 단층집이 맞는 것 같소."

시노하라가 손을 들어 앞쪽을 가리켰다.

"전등을 모두 켜 놓았는데요."

단층 벽돌집은 꽤 컸다. 바닷가의 바위 위에 세워져 있어서 뒤쪽은 바로 바다였는데 본채와 부속채로 나뉘어져 있다.

시계를 내려다본 가네다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뒤쪽으로 돌아 들어간다. 이곳에는 한사람만 남아서 도주로를 확보한다."

인원이 여섯명뿐인 것이다.

그러나 시노하라는 조금도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다.

"바닷물에 젖겠는데요."

가네다를 향해 그가 빙긋 웃었다.

"놈들이 차 밖으로 나온 모양인데."

이제 차 밖으로 나온 피터슨이 앞쪽을 바라보았다.

바닷가의 도로상이다. 전방 1㎞ 지점에 사드의 차량 네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는데 위성사진에는 차안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피터슨이 결심한듯 옆에 선 사내들에게 말했다.

"저기 벽돌집이다. 놈들이 갈 곳은 그곳밖에 없다."

불을 환하게 밝힌 저택은 이쪽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사드의 차량들은 저택에서 이백미터쯤 떨어진 길가에 세워져 있었고 근처에는 주택도 없다.

"저택 앞에서 매복해 있다가 놈들을 잡는다."

그가 이준석을 돌아보았다.

"대위는 나하고 같이 갑시다."

이번 작전의 지휘자는 피터슨이다. 그들은 도로를 피해 바다쪽 해안선을 따라 서둘러 나아갔다.

파도가 해안에 부딪치면서 물보라를 뿌렸으나 다행히 길은 평탄했으므로 그들은 곧 저택 가깝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준석을 포함한 일행은 십여명이다. 피터슨이 이제는 아래쪽에 있는 사드의 차량들을 바라보았다.

"저놈들은 아마 저택에 진입했는지 모른다."

그들의 위치는 저택과 백미터쯤 떨어진 바다쪽의 바위 밑이었다.

피터슨은 곧 부하를 세팀으로 나눴다. 바다쪽을 제외하고 3면을 막은 것이다.

이준석은 피터슨과 함께 정면을 맡았는데 낮은 구릉 위였다. 그곳에서는 저택의 정문이 한눈에 보였다.

"저곳에 하마니가 있을까요?"

이준석이 옆에 엎드린 피터슨에게 물었다. 그러자 피터슨이 쓴웃음을 지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대위."

"사드가 들어갔다면 너무 조용하지 않습니까?"

"꺼림칙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근처에 주택은 이곳 뿐이니."

이준석의 M－24에 달린 야간용 암시 스코프에는 저택의 문 손잡이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거리가 일백미터 정도인 것이다. 무전기를 든 피터슨이 벤을 불렀다.

"이봐 요크, 위성사진에 나온것 없나?"

"당신들만 보였습니다."

퉁명스런 사내의 말에 피터슨을 입맛을 다셨다.

움직이는 물체는 위성사진에 모두 찍히는 것이다.

"이거 아무래도 놈들한테 속은것 같은데."

혼잣소리처럼 말한 피터슨이 다시 무전기를 들었을 때였다.

요란한 총소리가 정적을 깼고 곧 무전기에서 부하의 목소리가 울렸다.

"공격 당하고 있습니다. 우측이오！"

번쩍 머리를 든 피터슨과 이준석은 저택쪽에서 번쩍이는 섬광을 보았다.

총구에서 발사되는 빛이다. 그러자 무전기가 다시 울렸다.

"여긴 좌측！ 공격받고 있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