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14)육감훈련
기사입력 1998년 05월 05일 15시 08분
사게오니족들은 아직도 원시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열대의 밀림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와 곳곳에 도사린 함정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오감과 육감을 부단히 훈련시켜왔다.
사게오니족들은 특히 뱀이나 들짐승 냄새를 기막히게 잘 맡았다. 정글을 헤쳐나가다 100@ 앞에 독사가 또아리를 틀고 있으면, 그들은 냄새로 알아차리고 미리 경계하는 것이다.
사게오니족 남자들은 사냥하는데도 갖은 지혜를 다 짜냈다.
원주민들은 사냥을 떠나기 전에 독화살부터 만들었다. `라기'라고 불리는 나무 껍질을 얇게 벗긴 뒤, `랍바' `쎄우세우' `라잉잇' 등 식물의 뿌리와 작은 고추를 짓이겨 섞은 다음 즙을 냈더니 검은 액체가 나왔다.
독성이 강하다는 이 액체를 뾰족한 나무 화살촉에 바른 다음, 불에 구워 응고시키면 독화살이 된다는 것이다.
독을 제조하거나 화살촉에 바르는 동안 외부 사람의 접근은 철저히 통제됐다.
그러나 `화살의 독이 얼마나 강할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필자는 그들의 작업장을 찾아가 손가락으로 독화살 끝을 살짝 만진 다음, 혀로 그 맛을 봤다.
처음엔 혀 끝이 따끔하고 짜릿했으나, 갑자기 눈앞이 아찔해지더니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원주민들이 달려들어 당장 치료를 해야 한다고 난리를 쳤다. 손에 묻었던 독의 양이 적었기에 천만다행이었지, 목숨을 잃을 뻔했던 경험이었다.
본격 사냥길에 나섰던 사게오니족들은 별다른 소득없이 돌아왔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지천에 널린 것이 원숭이였으나, 지금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요즘은 멧돼지와 노루를 노리고 있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은 편.
수확이 형편없을 때는 그들은 열흘 이상 정글에서 머물기도 한다. 팜나무와 야자잎으로 움막을 짓고 사냥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야생 동물 사냥이 실패로 끝나자 사게오니족들은 그 귀한 집돼지를 잡아 우리 일행을 접대（?）했다.
맨타와이 원주민들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우리 일행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모두들 눈물을 글썽거렸으며, 정겨운 표정들이었다.
우리 일행으로부터 선물받은 면도용 손거울을 가슴에 품고 잠못 이루는 부인이 있었는가 하면, 이를 두고 밤새도록 언쟁을 벌였던 사내들, 자기는 손거울을 받지 못했다고 노골적으로 섭섭함을 드러내는 여인들도 있었다.
사탕과 비누는 물론 비닐 봉지, 깡통, 종이 박스 등 문명의 쓰레기까지 탐내는 사게오니족들을 바라보며 착잡한 느낌이 들었다.
현대문명은 이들을 밀림 속에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다. 조그만 카누를 타고 사흘 걸려 오르내리던 장터와 마을은 벌써 모터보트로 서너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변했으니까.[죄인의 인육을 먹었던 사모시르족과 활화산 분화구 주변에 사는 퉁거족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냥을 떠나기전에 독화살을 만드는 사게오니족 남자들.
원숭이와 멧돼지를 사냥하려고 정글을 누비는 사게오니족들. 이들은 100m 앞에 있는 독사도 육감（냄새）으로 알아낸다.
글과 숫자를 모르는 사게오니족은 그림으로 포획한 짐승을 표시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