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IMF때밀이' 등장
기사입력 1998년 05월 04일 15시 05분
IMF는 '절반의 시대.'
사람들의 '때'도 절반, 세신원(때밀이)의 봉사료도 딱 절반이다.
이른바 'IMF 때밀이'가 장안에 등장,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셀러리맨들로 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때를 닦는 부위는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등과 엉덩이쪽으로 가격은 정상가의 50％인 4천원이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광화목욕탕의 김영덕씨(37)가 고안해 낸 이 '신상품'은 그야말로 불황을 극복하는 '묘약'이다.
김씨는 "하루 10여명의 손님중 '절반 때밀이'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 때는 5명, 아무리 적어도 2명은 넘는다"면서 "손님은 싼값에 때를 씻을 수 있고 나는 손님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그가 'IMF 때밀이'를 겸업한 것은 다른 목욕탕에서 광화탕으로 '이적'하고 사흘이 지난 지난달 12일.
봄철은 '때밀이 업계'에서는 '성수기'였지만 김씨는 사흘동안 단 한명의 손님도 받지 못한채 부업인 구두만 닦았다.
IMF시대 탓인지 '때값' 8천원도 부담이었던 듯.
그래서 김씨는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대신 가격을 내려받는 '반쪽 때밀이'를 시작했다.
"앞쪽은 손님들이 직접 닦을 수 있잖아요. 뒷쪽을 닦아주면서 서비스로 마사지와 안마까지 해주면 손님들의 반응은 금세 달라집니다."
김씨는 처음에 욕탕 입구에 'IMF 때밀이'라는 안내문을 붙일 때 몹시 걱정을 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안좋은 상황에서 손님들이 굵은 매직펜으로 쓴 'IMF'라는 글자를 보고 더 몸을 사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가서비스가 많고 단골손님에게는 무료로 구두를 닦아주자 요즘은 단골과는 말 한마디로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IMF?" "OK!"
김씨가 반액세일을 실천한데는 때값을 4천원으로 하면 입욕료 3천원과 음료수값 1천원, 구두닦은 값 1천500원과 합쳐도 1만원이 넘지 않는다는 고도의 '상술'이 작용했다.
"지갑에서 지폐 2장을 꺼낼 때와 1장을 꺼낼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김씨는 "IMF시대라도 아이디어와 서비스가 좋으면 불황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임자들이 월 120만원을 넘지 못한 수입을 한달도 안돼 15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