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월드컵] '괴짜GK'-지구촌 시선 사로잡겠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04일 15시 05분
98프랑스월드컵축구 관전포인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괴짜 골키퍼'들의 활약상이다.
톡톡튀는 개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고 있는 이들은 "골키퍼는 골문만 잘 지키면 그만"이란 통념을 깨뜨리고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장 주목할만한 문지기는 역시 파라과이의 '골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33).
96년 남미최우수선수답게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경기당 평균 0.87의 실점(15게임 13실점)을 기록, 86년 멕시코월드컵이후 12년만에 파라과이를 월드컵 본선으로 이끈 것은 양념에 불과하다.
그를 더욱 유명하게 한 것은 필드플레이어보다 더 정확한 프리킥과 페널티킥이다.
특히 96년 아르헨티나 벨레스 사르스필드에서 활약할 당시 하프라인 근처에서 때린 55m 장거리슛은 한편의 신화로 회자될 정도.
또 96년 9월에 벌어진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남미예선에선 25m 프리킥을 성공시켜 지구촌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프리킥이 골키퍼에게 걸리거나 볼을 치고 나가다가 볼을 빼앗긴 다음 골문 수호를 위해 자기편 골문으로 허둥지둥 달리는 모습은 마치 맹수에 쫓기는 놀란 토끼같아 팬들을 즐겁게 한다.
국제대회를 포함, 통산 32골 기록하고 있는 칠라베르트는 '공격하는 골키퍼' 이기타(콜롬비아)의 뒤를 이어 월드컵을 빛낼 최고의 골키퍼로 주목받고 있다.
현란한 유니폼이 트레이드마크인 멕시코의 '그라운드의 패션모델' 캄포스(31)도 94년 미국월드컵에 이어 또다시 인기몰이에 나선다.
골키퍼로는 '난쟁이'인 1m75.
그러나 몸동작과 순간 판단력이 뛰어나 장신 골키퍼가 결코 부럽지 않다.
또한 뛰어난 공격력을 인정받아 간혹 스트라이커로 변신,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MLS(미국 메이저리그 사커)의 LA 갤럭시에서 활약하고 있는 캄포스는 지난해 9월 달라스팀과의 경기서 전반전 여러차례 선방으로 실점위기를 막은뒤 후반전엔 유니폼을 갈아입고 공격수로 출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한국의 '리베로형 GK' 김병지(28．현대)도 명함을 내밀 태세.
보는 이들이 아찔할 정도로 미드필드까지 공을 치고나오는 김병지는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 '공격하는 GK'로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차범근 감독은 100m를 11초7에 달리는 준족인 김병지의 공격력을 인정하면서도 안전운행을 우선으로 하는 전략을 짤 것으로 보여 '김병지의 기행'은 보기 힘들 듯.
[최성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