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30)

기사입력 1998년 05월 04일 14시 33분


"나도 이 장치를 딱 한번 실험해 보았소."

하마니가 턱으로 가리킨 부분은 컴퓨터와 연결 되어 있는 사각형의 기계 장치였다.

십여개의 계기판과 스위치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장치 위에는 모니터가 세개나 놓여졌다.

하마니가 말을 이었다.

"그 결과는 내가 상상했던 이상이었소. 5㎞ 거리에 있던 경비행기 한대가 추락했습니다."

그가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내가 만일 초점을 여객기에 맞춰 놓았다면 수백명이 몰사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을거요."

"어떻게 맞춥니까?"

아직 모하메드는 실감이 나지않는 표정이었다. 그가 장치를 이리저리 둘러보자 하마니가 다시 웃었다.

"레이더 스크린에 잡힌 목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요즘의 공중전이오. 하지만 이 장치는 그 미사일도 쓸모없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미사일의 컴퓨터 작동을 정지시키니까."

"그럼 일정거리 안에 들어온 모든 컴퓨터 작동이 정지됩니까?"

"아니오. 그렇다면 우리쪽도 다칠 수가 있지. 그래서 이것으로 영역을 설정합니다."

하마니가 턱으로 레버를 가리키자 사내 하나가 레버를 조정했다.

그러나 왼쪽 모니터에 사선이 두줄 뻗쳐졌다.

부챗살처럼 뻗쳐진 사선은 레버가 움직이면서 좁혀졌다가 넓혀졌다.

"그리고 이것은 상하의 폭이오."

하마니의 말에 맞춰 사내는 다시 레버를 움직였고 이번에는 사선이 위아래로 뻗쳐졌다.

"이 사선 안에 들어온 항공기의 컴퓨터는 이쪽의 전파를 받는 즉시 3분에서 5분 동안 기능이 정지됩니다."

"유효거리는 얼맙니까?"

"소노다는 10㎞라고 했습니다."

하마니가 앞쪽의 창문을 턱으로 가리켰다.

"모하메드, 저기 밤하늘을 보시오. 앞으로 이십분쯤 후에 이집트 공군기 두대가 지나갈 겁니다. 매일밤 이 시간이면 비행을 마치고 부대로 귀환하지요."

그가 턱으로 앞쪽의 장치를 가리켰다.

"그 두대를 추락 시켜 보이겠소."

모하메드의 얼굴이 이제는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떻게 추락합니까?"

"비행기 안의 모든 컴퓨터 기능이 정지되어 버리는거요. 상상해 보시오. 조종사는 비행기의 위치, 속도, 엔진상태도 알 수가 없게 되는데다 컴퓨터가 제어했던 연료공급, 기내 온도조절 등 온갖 지시가 정지됩니다. 그 효과는 2, 3분내에 나타나지요."

그들은 창가에 놓인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하마니가 시계를 내려다 보았다.

"이제 18분 남았소. 모하메드."

바닷가의 단층 벽돌집은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망원경에서 눈을 뗀 사드가 옆쪽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미 이곳도 노출되어 있다. 하마니가 제 부하를 우리가 잡아간 걸 알테니 말이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일본놈들도 이곳을 알고 있을거야. 아마 이 근처에 우리처럼 엎드려 있을지도 모른다."

"보스, 어떻게 할까요?"

조바심이 난 얼굴로 사내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엎드려 있는 곳은 바닷가의 바위위였다.

사드가 일어나 옷에 묻은 모래를 털었다.

"먼저 꼬리를 떼어야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