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박재홍, 투수분석엔 타고난 '꾀돌이'
기사입력 1998년 05월 04일 03시 06분
현대 박재홍은 `거짓말쟁이'다.
지난달 29일 인천 롯데전에서 시즌 5호 대포를 쏜 뒤 인터뷰에서 "무심코 휘두른 것이 넘어갔다. 구질이 무엇이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동료들은 "재홍이는 투구분석표를 마르고 닳도록 훑어보고 타석에 섰다. 사이드암스로 박석진의 바깥쪽 직구를 노린 것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자신의 노하우를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박재홍식 두뇌 플레이'다.
언론을 이용한 `잔꾀'가 통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연구로 상대를 꿰뚫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3_0으로 앞선 2회초 시즌 6호 아치는 치밀한 분석이 뒷받침됐다.
삼성 선발 조계현은 직구 스피드는 최고 138㎞로 평균수준을 유지했지만 특유의 `팔색 변화구'가 밋밋하기 짝이 없었고 컨트롤은 엉망이었다.
특히 작년에 비해 싱커의 위력이 눈에 띌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이를 간파한 박재홍은 볼 2개를 흘려보낸뒤 3구째 가운데로 쏠린 130㎞ 싱커를 받아쳐 2점짜리 좌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 한방으로 의지가 꺾인 조계현은 3회에 강판됐다.
연구하는 선수를 당해낼 투수는 없는 것일까.
[대구＝김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