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김성근감독 '내가 꼴찌라니'
기사입력 1998년 05월 03일 15시 38분
★…"첫 경험 치고는 너무 가혹해…."
쌍방울 김성근 감독(56)의 한숨이 깊다.
지난달 29일 광주 해태전의 악몽이 가슴을 짓누른다.
1대2로 패해 4승10패로 8위.
이후 비로 3경기가 취소돼 자리바꿈은 없다.
해태 코치에서 쌍방울 감독으로 적을 옮긴 지난 96년 이후 3년만의 첫 꼴찌.
부임 초반, 딱 한번 7위로 떨어진 적은 있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말해주듯 늘 승승장구였다.
사령탑으로 있었던 태평양 삼성 등 가는 팀마다 돌풍을 일으켰던 컴퓨터 감독에게 꼴찌 성적표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눈치다.
김감독은 지난달 29일 해태전부터 선수 기용을 코치들에게 일임했다.
라인업 만큼은 꼼꼼히 챙기던 이전과는 딴판이다.
"코치들이 더 잘 할테지…."
최약체의 전력과 최악의 재정난이 성적표에 그대로 반영됐을 뿐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으려해도 감독으로서 느끼는 자괴감마저 피할 수는 없었다.
이런 와중에 출퇴근 경기는 또다른 악재.
당일치기 경기를 처음으로 치른 지난달 29일 해태전 직후 밤늦게 서둘러 광주를 떠나 이튿날 새벽 집으로 돌아가 선잠을 자고 다시 원정길에 오르는 선수들의 지친 표정은 어느새 그의 말문마저 막아버렸다.
지난달 30일에는 구단버스마저 속을 썩여 선수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광주에서 전주까지 택시를 타고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야구는 해야지. 이렇게 힘든걸 누가 알아주나 뭐…."
위장병 약을 입에 달고 다니는 통에 최근 몸무게가 3㎏이나 빠졌다는 컴퓨터 감독.
그동안 보여준 끈기와 관록을 아직도 많은 팬들이 기억하고 있기에 올시즌 무게는 그야말로 천근만근이다.
[양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