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BO울고 지방팀 웃고'
기사입력 1998년 05월 03일 15시 38분
`스페인 태생의 사내아이'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가 울고 웃는다.
지구촌 전체에 불어닥친 이상 기후 엘니뇨 현상은 우리나라에도 어김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덥고 습한 기후 덕분에 백화점의 지난달 선풍기 에어컨 판매량은 연일 1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고 서늘했던 작년 여름 불황펀치를 맞았던 음료, 빙과업계도 다시 힘을 내고 있다는 소식.
그러나 녹색 다이아몬드는 예외.
잦은 소나기와 폭우로 인해 관중석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보인다.
4월 한달간 우천으로 이렇게 많은 게임수(12경기)가 취소되기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이상일운영부장은 "때아닌 폭우로 경기가 많이 취소됐지만 올해는 4월부터 더블헤더를 실시하는데다 시즌 막바지인 9월 일정도 여유있게 짜 놓아 앞으로 수십경기가 취소되도 끄덕없다"며 여유를 보인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과 토요일 오후 극장관객수를 비교할 수 없듯 한참 달아오르기 시작한 4∼5월의 관중수를 찬바람 도는 9월과 비교할 수가 있을까.
KBO의 고민도 바로 거기에 있다.
몇몇팀들은 엘니뇨 덕을 보고 있다.
지난주 해태와 쌍방울의 광주 경기가 단적인 예.
지난달 30일 경기가 비로 취소된뒤 1일 더블헤더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이날 낮 2시부터 광주엔 폭우가 쏟아졌다.
잠시후 비는 그쳤지만 해태는 더블헤더 2차전까지 취소하고 곧바로 LG와의 잠실경기를 위해 서울행 버스에 올라탔다.
KBO가 선수들의 경기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금요일 야간_토요일 낮'으로 이어지는 무리한 경기일정을 잡아놓은 탓에 웬만하면 취소 준비가 되어있는 것.
엘니뇨는 지방구단에게 빡빡한 스케줄을 견뎌낼 수 있는 일종의 휴식인 셈이다.
[김성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