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태] 빙상 은퇴후 카레이서 변신
기사입력 1998년 05월 03일 15시 38분
누구도 `스피드광(狂)'은 말릴 수 없었다.
빙판 위의 `총알탄 사나이' 배기태(33).
그가 아스팔트 위의 `총알탄 사나이'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80년대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단거리 `간판스타'.
국내선수로는 유일하게 세계선수권대회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던 장본인.
하지만 그가 나타난 곳은 아이스링크가 아니라 형형색색의 스포츠카와 굉음이 난무하는 자동차 경주장이다.
빙판을 떠난 지 8년만에 진짜 카레이서가 된 것.
지난달 25일 용인모터파크에서 벌어진 98삼성화재컵 모터 챔피언십 시리즈 제2전에서 그는 원메이크급에 출전해 3위를 했다.
본격적인 카레이서로 데뷔한 선수치고는 꽤 좋은 성적.
그는 선수시절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독일 전지훈련만 가면 신났다.
포르셰 등 세계적인 스포츠카를 빌려타고 아우토반을 질주할 수 있었기 때문.
엑셀에서부터 시작한 그의 애마는 지금의 엘란까지 모두 10차례나 바뀌었다.
새차를 사면 바로 튜닝을 하는 `폭주족'이었다.
지난 94년 일본 쓰쿠바 대학원에서 스포츠 의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 지금껏 겨울에는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레이서의 꿈은 져버리지 않았다.
작년 9월 자동차 내구(耐久)레이스에 개인자격으로 출전했다.
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이때 국내 최고의 카레이스팀인 `인디고'의 눈에 띄었다.
그래서 지금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인디고'팀의 멤버다.
"꿈을 실현해 너무 좋습니다. 처음에는 주위에서 많이들 말렸지만 지금은 모두 팬이 됐습니다."
꿈을 이루기는 했지만 그도 고민은 있다.
1년내내 바쁜 대표팀 감독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사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