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 '아줌마부대' 몰고 다닌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03일 15시 38분
가수 김종환（32）의 공연장밖에는 아기를 들쳐업은 아빠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아내가 콘서트를 관람하며 울고 웃는 `오빠부대'가 돼있는 동안 밖에서 대기하는 애처가 무리다.
2,3집을 연거푸 밀리언셀러로 띄우고 있는 김종환 뒤엔 이렇듯 든든한 아줌마팬이 포진하고 있다. 3천여명을 헤아리는 아줌마팬클럽, 일명 전주엽（전국 주부 연합회）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 손수 담근 김치부터 밑반찬, 미래의 아기옷, 꿀, 한약 등 아줌마다운 선물이 쏟아지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지난 주말 호암아트홀에서 가진 콘서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4회를 꽉꽉 채운 관객의 80％는 30,40대 여성팬. 클래시컬한 분위기를 한껏 살린 연주에 맞춰 `사랑을 위하여' `존재의 이유' `사랑하는 이에게' 등 히트곡을 목청 돋우어 따라불렀다.
어머니를 잃고 혈혈단신이 된 18세 청년이 다방 DJ, 밤무대 가수를 거친 인생 이야기가 나오자 흐느끼는 객석, 쏟아지는 격려의 박수.
특별히 잘난 얼굴도, 멋진 풍채도 아닌 김종환이 이렇듯 여성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건 누구보다도 여자의 심리를 읽어내는 재주（?）덕이다. 한 여성과의 16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기막힌 로맨스가 구구절절 폐부를 찌르는 노랫말을 만들어낸다.
직설적인 연정의 표현이지만 낯간지럽지 않다. 삶의 애환이 가감없이 묻어있는 소박한 노래들이 일상에 지친 서민들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내가 아플 때보다 니가 아파할 때가 내가슴을 철들게 하고, 너의 사랑앞에 나는 옷을 벗었다, 거짓의 옷을 벗어버렸다…'（`사랑을 위하여'）
이번 공연엔 멀리 뉴질랜드, 뉴욕에서 찾아온 부부팬도 눈에 띄었다. 김종환은 자신의 `세계적' 인기에 보답하기 위해 이달초 미국 순회공연을 떠난다.
[김소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