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 훈9단●김동면 6단
기사입력 1998년 05월 03일 15시 08분
제8보（120∼135）＝20까지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아무리 프로라 해도 상대의 수읽기 덫에 걸리면 그땐 이미 때가 늦다. 뻔히 당하는 길인줄 알면서도 끌려갈 수밖에 없다. 전보에서 백은 중앙싸움의 타협안을 제시한 바 있었다. 그것을 받아들였으면 중앙은 적잖은 흑집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욕심으로 타협안은 거부됐고, 그러자 백은 기다렸다는 듯이 20까지 중앙 흑의 요석을 7점이나 잡아버렸다. 이것은 흑의 욕심의 차원이 아니라 수읽기의 착오다. 이렇듯 당할 줄 알았으면 괜한 욕심을 부릴 리 있겠는가.
어쨌든 20으로 끊겨서는 흑의 비세. 현재 흑의 확정가는 우상귀와 좌상귀밖에 없는 모습. 반면 백은 도처에서 짭짤한 실리를 확보했다. 단 흑도 `가', 백 `나', `다'면 하중앙일대에 어느 정도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21로 마지막 좌변 싸움에서 기대를 걸고 있어 백도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다.
아무튼 좌변이 최후의 승부처로 떠오른 장면. 25까지 이렇게 될 곳. 여기서 백 26이 문제의 한수였다. 손바람이 지나쳤다. 이 판을 흑이 졌으면 패착이 될 뻔했던 과수였던 것. 흑 27로 차단되자 좌하귀 백이 의외로 만만치 않게 되었다. 흑 29가 34까지 좌변 백말에 대해 절대선수로 듣는 만큼 백도 조심성을 요했다.
결론적으로 백 26은 [참고도 1] 백 1로 찝는 수가 정수. 이에 흑 2로 받는 것은 5까지 좌변 흑말이 위험하다. 따라서 흑은 [참고도 2] 1로 뻗고 백 2를 허용할 수밖에 없는 모습. 이랬으면 백은 쉽게 골인할 수 있었다. 흑에 마지막 찬스가 찾아왔다. 그런데….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