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씨] '안두희씨 피살소식듣고 작품구상'
기사입력 1998년 05월 03일 15시 08분
"요즘처럼 어려울 때, 과연 연극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세상이 빈곤할수록 정돈되고 책임지는 연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일 부터 동숭아트센터 제작으로 서울 대학로 동숭홀에서 공연하는 연극 `천년의 수인（囚人）'의 작, 연출가인 오태석씨는 이번 작품에 대해 비장한 어투로 연출노트를 밝혔다.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의 인생역정을 축으로 삼고 양민을 학살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 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겹쳐 놓으면서 뒤틀린 반세기의 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
"몇년 전 안두희가 버스운전기사에게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마무리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작품을 쓰게 됐습니다."
오씨는 자신 역시 현대사의 고비마다 수많은 죽음을 목도한 사람이지만 안두희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반세기를 보냈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두희의 인생만 펼쳐놓기에는 단조롭기도 하고 너무 옛날 일이어서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5‘18 진압군을 내세웠고, 또 상처를 입은 사람도 한 공간에 놓아야 넓이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장기수를 등장시켰다고.
오씨는 "`수인（囚人）'이란 말처럼 주인공들은 갇힌 자이고 우리는 갇히지 않은 자"라면서 "보통사람인 우리 역시 역사의 틀에 갇힌 존재라는 것을 밝혀내고 싶다"고 말했다.
무대를 감옥이 아닌 병실로 설정한 것은 이들이 함께 만날 수 있으리라 짐작되는 곳인데다가, 건강한 사람과 유리돼 있고 죽음과 맞닿아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씨는 "우리 연극계의 두 주축 배우인 전무송_이호재씨가 지난 78년 국립극단의 `물보라'이후 20년 만에 제가 연출하는 작품에 출연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년 전 동숭아트센터의 김옥랑 대표와 이 작품을 하자고 의기투합 했었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약속을 지켜준 김대표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초분' `사추기' `어미' `태' `심청이는 왜 두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등 수많은 화제작의 극본을 쓰고 직접 연출했다. 현재 극단 목화의 대표이며 서울예술전문대 연극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6월 14일까지. 화∼목 오후 7시 30분, 금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3시, 6시. （02）3673－4466.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