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ML산책] '스리리버스' 돈벌이에 희생 안되길
기사입력 1998년 05월 01일 14시 54분
`스틸 시티(Steel City)'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인데 그만큼 공장과 매연, 거친 노동자 등이 연상되는 도시이다.
그런 피츠버그가 몇년전부터 정화 운동을 펼치며 문화와 낭만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피츠버그 주변의 수많은 강들이 그런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껏 돋워 주기도 하는데 피츠버그는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 다음으로 다리가 많은 도시라고 한다.
메이저리그(ML) 야구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사용하는 운동장의 이름도 `스리 리버스(Three Rivers) 스타디움'으로 운치가 있다.
이름 그대로 오하이오, 알레게니, 모농가헬라 등 강 3개가 만나는 지점에 운동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ML 야구장 이름중에서 첫손에 꼽을만큼 듣기 좋은 이 구장의 이름도 언제 기계 문명이 쏟아놓은 괴물같은 이름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비틀즈가 마지막 공연을 한 장소의 이름으로 너무 어울리는 `캔들 스틱파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구장인데 언제부턴지 `3콤 팍'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신시내티 레즈의 구장 `리버프론트 스타디움'도 듣기 거북한 `시너지 필드'가 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홈구장은 잭 머피 스타디움에서 `콸컴'이라는 기계음으로 바뀌었고, 애너하임 에인절스 구장은 `에디슨 인터내셔널 필드'가 됐다.
새로 지은 구장중 비상업적이고 그나마 괜찮은 이름을 고르라면 텍사스 레인저스의 `더 볼파크(The Ballpark)' 정도가 떠오른다.
자기 구장만이 유일한 야구장이라고 자부할 만큼 아름다운 구장에 어울리는 당당한 이름이다.
콜로라도 록키스의 구장은 맥주회사 `쿠어스 필드'이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운동장은 주인 이름을 딴 `터너 필드', 그리고 우측 담장 너머로 수영장이 있고, 천장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초호화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구장 이름은 은행 운동장 같은 `뱅크원 파크'다.
전통과 배경이 담긴 이름들을 구단들이 기꺼이 포기하고, 신생 구단들이 운동장에 대기업의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당장 들어오는 현찰 때문이다.
컴퓨터 기업인 콸컴이나 3컴 같은 회사들은 야구장에 몇년씩 이름을 내거는 조건으로 수백만달러를 구단에게 지급했고, 맥주회사나 전기회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저스를 폭스 재단에서 인수하면서 다저스타디움이 `머독 스타디움'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이 심심치않게 떠돌기도 했었다.
피츠버그의 `스리 리버스 스타디움'이라도 꿋꿋하게 이름을 지켜주면 좋을텐데.
※박찬호에 관한 궁금한 점이나 의견이 있으면 E-mail=hkmin＠earthlink.net로 연락바랍니다.
[피츠버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