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눈먼돈' 27억을 찾아라
기사입력 1998년 05월 01일 14시 54분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경마 당첨금 27억원이 마사회에 쌓여있다.
경마에서 돈을 따기도 어려운데 당첨되고도 배당금을 찾아가지 않은 것이다.
1일 마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배당금을 찾아가지 않은 사람이 13만1천214명이고 이들의 당첨금은 무려 27억4천만원이나 된다.
이들중엔 고액배당에 당첨돼 거금을 타게 됐는데도 찾아가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난 3월14일 터진 올시즌 최고 배당 1,562.7배에 1천원을 걸어 당첨되고도 배당금 156만2천700원을 찾아가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난달 19일의 올시즌 두번째 고액배당 1,018.4배에 1천원을 걸어 101만8천400원을 타가야 할 사람도 아직까지 종무소식이다.
이처럼 마권이 적중했는데도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는 것은 ▲마권을 분실했거나 ▲입상마가 레이스 도중 규칙을 위반, 순위가 바뀌어 자신의 마권이 당첨됐는데도 결승선 통과 장면만 보고 마권을 버린 경우 ▲마권을 바로 환불하지 않고 소지하고 다니다가 훼손한 경우 등이다.
마사회 권용환 사업부장은 "레이스 결과가 공식 발표되지 않았는데도 마권을 버리는 성급한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이 때문에 레이스 결과 발표 직후엔 뒤늦게 쓰레기통을 뒤지는 헤프닝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권을 분실했거나 낙첨된줄 알고 찢어버린 사람들은 구제받을 길이 있다.
언제 어느 발매창구에서 얼마짜리를 구입했는지를 적어 마사회에 신고하면 마사회는 발매컴퓨터의 기록을 입력시켜뒀다가 마권의 유효기간(1년)이 지나도록 찾아가는 사람이 없을 경우 신고한 사람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는 돈이 매년 10억∼20억원씩 나와 마사회는 이돈의 처리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경마팬들이 딴 돈을 마사회가 수입으로 그냥 챙길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사회 박석구 총무부장은 "이 돈으로 공중전화카드 등 판촉물을 제작, 대상경주 등 빅레이스가 있을때 경마팬들에게 간접적으로 되돌려주고 있다"며 "그러나 경마팬들의 돈으로 마사회가 선심을 쓰는 것 같아 늘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고 말했다.
[이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