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12)'사고나무 속살'이 주식
기사입력 1998년 05월 01일 14시 54분
사게오니족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집에서 기르는 돼지를 잘 잡지 않는다.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나 사냥이 끝났을 때, 성년식, 결혼식, 장례식 등에서만 큰맘먹고 돼지를 잡기 때문이다.
멘타와이에서 돼지잡는 날은 온동네가 잔치 분위기에 휩싸인다. 의식이 끝나면 숫자 개념이 없는 이들은 사람수를 세지 않고 눈대중으로 고기를 나눠준다.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해 부리나케 눈동자를 굴리는 정경이 너무 재미 있다.
사게오니족은 벼농사를 모른다. 그들은 쌀을 구경하지도 못했고, 쌀밥을 먹어 본 적도 없다. 사게오니족의 주식은 `사고（Sago）'라고 불리는 나무의 속살이다.
사고는 종려나무 비슷하게 생긴 나무로 큰 것은 키가 10@ 이상이고 지름이 50㎝가 넘는다. 단단한 껍질과 달리 속살은 매우 희고 부드럽다. 이 속살을 빻아서 물에 불린 후 천으로 여과시킨 다음 햇볕에 건조시키면 단백질이 풍부한 흰 가루가 남게 된다.
사게오니족들은 이 사고 가루에다 물을 적당히 부어 반죽한 뒤 떡처럼 만들어 익혀 먹는다. 사게오니족에게 쌀밥을 줘봤더니 맛이 없는지 이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게오니족이 기르는 돼지와 닭들도 사고나무를 즐겨 먹는다. 한 토막의 나무를 우리에 던져 넣으면 사료 문제는 해결된다. 가축들은 사고나무 토막을 경쟁하듯 파먹거나 쪼아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최근 사고나무는 원주민들의 재산 목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구가 많지 않던 시절엔 야생으로 자란 사고나무는 널려 있는 식량 자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외지인들이 사고나무에 눈독을 들이면서부터 사게오니족들에게도 소유의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바섬의 한 업체가 원주민들로부터 사고나무를 대량으로 헐값에 사들여 시베루트 강 하구에 가공용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부터였다.
머잖아 사게오니족들의 주식인 사고나무가 외지인들에 의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게 되는 날 원주민들은 입맛에 맞지도 않는 낯선 쌀을 비싼 값에 사 먹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반찬과 간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이따금 강과 개울에서 잡은 개구리, 새우, 작은 물고기 등을 대나무 통에 넣고 삶아서 소금을 친 것이 반찬의 전부이며, 두리안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열대 과일이나 바나나를 간식으로 즐기는 정도가 고작이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