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씨] KBS 교향악단과 결별선언 '충격'
기사입력 1998년 05월 01일 02시 23분
정명훈씨가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부임 넉달만인 최근 사의를 표명, 충격을 던지고 있다.
정씨의 사의표명은 KBS교향악단 운영부서와의 불화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예가 부지휘자 초빙문제. 정씨는 자신의 공석을 메워줄 부지휘자로 주제페 메가（이탈리아 라스칼라오페라극장 지휘자）를 추천했으나, KBS측이 `외화 유출' 등을 이유로 메가 초빙을 결정하지 못했던 것. 지난달 23∼24일 KBS교향악단 연주회도 애초 메가 지휘로 예정돼있었으나, 메가측에서 `부지휘자로 선임하지 않으면 지휘할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고, KBS측은 부리나케 부산시향지휘자인 곽승씨의 객원지휘로 연주회를 마쳤다.
정씨는 이에 대해 KBS측이 자신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여 "정상적 교향악단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그러나 KBS측은 "외부적으로는 IMF한파로 외화유출이 어려운 상황인데다가, 내부적으로는 사장（박권상）과 담당 운영부서가 바뀌는 등 구조조정으로 결정을 보류한 상황이었는데, 정씨가 성급하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씨의 사의번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음악계의 시각도 분분하다. 평론가 김규현씨는 "정명훈씨가 외국에 있을 때는 `대단한 사람'으로 바라보다 국내에 오니 존재가치를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 그러나 문화실천연합 대표겸 음악평론가인 탁계석씨는 "정명훈씨가 IMF의 심각성을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니냐"면서 "지휘자가 이렇게 긴급히 사퇴를 표하는 것은 그를 사랑하는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수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씨는 2000년까지 3년 계약조건으로 지난 1월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에 공식 취임했었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