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빙판에 문어 던지던 때가 그리워
기사입력 1998년 04월 30일 15시 19분
■…"다시 한번 문어와 함께 승리의 축배를 들 수 있다면…."
요즘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디트로이트 레드윙스의 팬들은 2년전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이다.
`붉은 날개 군단' 레드윙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 스탠리컵 2연패를 향해 빙판을 질주하며 변함없이 강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지만 홈팬들은 달라진 홈링크의 풍속도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어를 빙판에 내던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의식이 사라진 데 따른 아쉬움 때문.
96∼97시즌까지만 해도 레드윙스 팬들은 경기도중 푹 삶은 문어를 얼음판에 던지며 승리를 기원했다.
문어를 던지는 의식은 디트로이트에서 지난 52년 이후 44년 동안 이어져내려온 전통.
스탠리컵을 차지하기 위해서 지금은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16승을 올려야 하지만 7전4선승제의 준결승과 결승만 치렀던 과거엔 8승만이 필요했다.
따라서 레드윙스 팬들은 `8승'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8개의 발이 달린 문어를 빙판에 내던지며 한바탕 축제를 벌였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에 걸쳐 내려오던 이 전통은 지난해 `빙판에 이물질을 던지면 2분간 경기를 중단한다'는 NHL 규정이 마련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어 던지기는 동물학대"라는 동물보호주의자들의 거센 반발에 NHL측이 두손을 들고 만 것.
문어 축제가 사라진 때문일까. 레드윙스는 올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피닉스 코요테에게 2승2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무적군단의 위용이 퇴색된 모습이다.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