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경마장] 날씨 궂은날 흐느낌같은 소리 '오싹'
기사입력 1998년 04월 30일 15시 19분
과천경마장에서 심야에 `마곡성'(馬哭聲)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날씨가 궂은날 밤엔 여인의 흐느낌 처럼 가늘고 길게 "히이잉" 하며 이어지는 이 소리는 듣는 사람의 소름을 돋게 하고 있다.
곡성의 진원지는 경마장 승마훈련원 승용마방. `울보 말'은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수입해온 `다나오'(88년5월 독일산)다.
레이스 직전 출전마들을 경주트랙으로 인도해 나오는 유도마인 `다나오'는 낮에도 이따금 우는데 그때는 어린아이가 칭얼대며 떼를 쓰는것 처럼 "이이잉∼" 한다.
말들은 대체로 기분이 좋을 때는 고개를 치켜들고 "히이힝∼"하고 귀찮거나 괴로울때는 "끄으응∼"하며 신음소리를 내 감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다나오'의 울음소리는 확실히 다르다.
말들의 "히이잉∼" 소리와 달리 사람의 통곡소리와 흡사하다.
담당 관리사 이희박씨(43)는 "우는 말은 과천 경마장내 경주마와 승용마 등 1천5백여마리 가운데 `다나오'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나오'는 채찍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면 그 소리를 낸다.
또 과거에 몸을 다쳤던 장소나 낯선 길로 끌고 가거나 이상한 물체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고집이 꺾일때도 운다.
수의사 이시영씨(전 마사회 마필보건소장)는 "문헌에 따르면 말은 배가 고플때, 성욕을 느낄때, 몸이 아플때 `으으응'이나 `끄으응'하며 신음소리를 내지만 슬픈 감정을 나타내는 곡성(哭聲)에 대해선 언급한바 없다"며 `다나오'의 경우는 음색이 너무 달라 좀더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나오'는 어려서 프랑스로 건너가 승용마로 뛰다가 은퇴, 마사회로 1천7백여만원에 팔려왔다.
덩치가 크고 듬직한 백마여서 많은 사람이 탐을 내지만 고집이 세고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아 관리사들은 상전 모시듯 얼르고 달래고 있다.
관리사 이씨는 "프랑스에 있을때 뭔가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는 모양"이라고 말하고 "말은 지능지수가 70∼80이나 되는 영리한 동물이어서 충격을 한번 받으면 영원히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