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27)
기사입력 1998년 04월 30일 14시 33분
하심 하마니는 40대 후반으로 깡마른 체격이었으나 키가 컸다.
흰색 로브를 걸치고 선 그는 검고 큰 눈동자로 부하를 바라보았다.
"마호메드를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했다. 그쪽도 서둘고 있어."
그의 목소리는 굵고 탁해서 마치 양철판을 긁는것 같다.
"이미 내가 알렉산드리아로 옮긴 것을 싸드놈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 놈들도 핫산 한테서 우리 거처를 알아 냈을지도 모릅니다."
부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게다가 CIA나 이집트정보국에서도 카이로의 거처에서 우리가 빠져 나온 것을 알고 있겠지요."
하마니가 짙은 콧수염 밑의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우리가 언제나 한걸음 빨랐다. 오늘 저녁만 지나면 놈들은 다시 헛걸음을 치게 될것이다."
바닷가에 위치한 단층 벽돌집이어서 습기를 머금은 바다 바람이 불어와 그들의 옷자락을 날렸다.
넓은 응접실은 바닷쪽으로 활짝 티워져 있는 것이다. 부하가 한걸음 다가와 섰다.
"지도자동지, 한국여자는 처치 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왜? 그 한국 놈이 마음에 걸리느냐?"
하마니가 다시 입술을 비틀고 웃었다.
"오늘 저녁이면 이집트의 일이 끝난다. 그리고 여자를 처치 하는것 보다 데려 가는 것이 낫다."
버스가 폭파 되었을때 유일한 생존자는 오경미였던 것이다.
좌석과 함께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쳤던 그녀는 폭파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하마니의 부하에 의해 즉시 차에 실려졌다.
왈리드와 모리스가 버스 안에서 군터 박사로부터 K_7장치의 자료를 받은것을 확인한 하무드의 부하는 버스에 폭파장치를 작동시킨 다음 그들과 함께 내렸던 것이다.
오경미가 그 장면을 보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버스에서 내린 세 사람은 알아낼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후로 오경미는 하마니의 거처에서 생활해 왔다.
기적적으로 옅은 외상만 입었을 뿐이어서 지금은 상처도 다 나은데다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안쪽의 거실로 들어선 하마니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오경미를 향해 웃어 보였다.
이제는 눈꼬리까지 젖혀지는 부드러운 웃음이다.
"한국 생각은 안나느냐?"
다가간 그가 오경미의 허리를 안고는 소파에 앉아있다. 그녀는 그의 무릎위에 앉은셈이 되었다.
눈만 깜박이며 그를 바라보는 오경미는 풍성한 검은 실크로된 아랍식 차도르를 입었다.
하마니가 차도르 속에 손을 넣고는 그녀의 몸을 쓰러내렸다.
"알제리에 넓은 별장이 있다.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데다 언제나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이미 하마니의 여자가 되어있는 오경미는 그의 손끝에 몸을 뒤틀더니 곧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았다.
"그럼 그 곳에 언제 가지요?"
"이틀이나 사흘쯤 후에."
아직 한낮이었으나 하마니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오경미의 차도르를 벗겼다.금방 알몸이 된 오경미는 침대위로 눕혀졌다.
"갑자기 왜 한국 생각이 나느냐고 물었지요?"
로브를 벗어 던지며 다가오는 하마니에게 그녀가 누운채로 물었다.
"네가 아랍여자 같이 보여서 물은게다."
하마니의 검은 몸이 오경미의 흰 몸위에 겹쳐졌다. 오경미는 잠자코 그의 목을 감아 안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