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수] '오빠 기막힌 결혼 선물이야'
기사입력 1998년 04월 30일 14시 33분
영화 '기막힌 사내들'(장진 감독-현진영화사 제작)엔 세명의 돼지띠가 있다.
이순열 현진영화사 대표, 장진 감독, 그리고 오연수. 이중 장진 감독과 오연수가 71년생.
그래서인지 '기막힌 사내들' 촬영장의 분위기는 그만이다. 오연수의 동갑 감독 자랑도 이런 달콤한 현장 분위기에서 출발한다.
"처음엔 젊은 신인 감독이라 불안하기도 했지만 한번 촬영을 해보니 그게 아니에요! 호칭요? 당연히 감독님이죠. 장진 감독님이 저보다 한 학번 높다고 새삼 강조하더라구요."
'꿈꾸는 어른들을 위한 도시 우화'를 표방한 '기막힌 사내들'은 인생에서 실패만 거듭해온 사내들의 이야기.
오연수는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 하는 전과자 최종원의 딸 화이역을 맡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사는 보육원 원장.
"결혼 전엔 괜히 마음이 바쁘잖아요. 거절하려고 나갔다가 시나리오를 보고 마음을 바꿨어요. 상황 하나하나는 심각한데 전체 이야기는 배꼽을 잡게 하더라구요. 아무도 웃기려는 사람은 없지만 절로 웃음이 나오도록 만드는게 이번 영화의 특징입니다. "
얼마전 첫 촬영 날, 하필 20줄이 넘는 긴 대사가 걸렸다. 보육원으로 찾아온 아버지에게 20여년 맺힌 한을 풀어놓는 장면.
보통 나누어 찍기 마련인데 오연수는 '한 큐'에 다 찍어내 장감독으로부터 "역시 돼지띠!"라는 칭찬을 들었다.
최종원과도 처음 호흡을 맞추는 영화지만 찰떡 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최종원이 '장군'을 부르면 '멍군'으로 응수하는 오연수의 연기력은 만개한 봄 들녁의 진달래처럼 농익었다.
사실 오연수의 스크린쪽 인연은 '불운'에 가깝다.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장군의 아들 3' '게임의 법칙' 등 6편이 전부. 같은 경력의 연기자들의 절반 수준이고 수상 경력도 별무신통.
지난해 모처럼 악녀로 변신을 시도한 '불새'에서도 별 재미를 못봤다. 오연수의 자체 진단은 변신이란 조금씩 해야한다는 것. 자신이 보기에도 부자연스러운 것은 남이 보기에도 부자연스럽기 마련.
그런 의미에서 청순가련+강인한 화이역은 그의 전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뭔가 기막힌 결혼선물을 얻은 것같은 예감을 던지는 배역이다.
"'기막힌 사내들'이 처녀 시절 마지막 작품이에요. '정말 멋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웨딩마치를 울리고 싶어요. (손)지창 오빠에게 멋진 결혼 선물이 되게 하겠어요."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