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11)닥터 주술사
기사입력 1998년 04월 30일 14시 33분
멘타와이의 주술사들은 성인식 뿐만 아니라 출산, 결혼, 장례 등 주요 행사를 집행하며, 환자도 치료해준다.
다른 원시사회에서는 주술사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군림하는데 비해 이곳의 주술사는 어디까지나 '자원 봉사자' 역할만 하는 것이 색다르다.
그래서 사게오니족 주술사는 마을 사람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추앙을 받고 있다.
마침 필자 일행이 그곳에 갔던 날,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걸어서 한시간 거리인 이웃 마을에 당도하니 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노파는 속병이 있는 듯 몹시 쇠약해 보였다. 아들이 나무를 타다가 떨어져 이마를 크게 다쳤다는 것이다.
선임 주술사겸 마을의 족장인 테우 마이라 노인은 인근 마을의 주술사들까지 모두 불러모았다.
다섯명의 주술사들은 환자의 집 주위로 흩어져 약재로 쓸 나무의 잎과 줄기를 채취하기 시작했다.
집 주변이 모두 정글이어서 약초를 구하러 멀리 갈 필요가 없었다.
한시간쯤 뒤 다시 모인 주술사들은 깊은 계곡으로 한참 걸어 들어갔다.
그들은 맑은 물에 씻은 약재를 빻더니 넓은 잎에 정성껏 싸서 돌아왔다.아들의 치료는 이마의 상처에다 약재를 붙이고 짧은 주문을 외우는 것으로 쉽게 끝났다.
그러나 속병이 깊은 노파의 치료는 간단치 않은 듯 주술사들이 한데 모여 열변을 토해가며 토론을 벌였다.
주술사들은 이윽고 토론이 끝났는지 기이한 의식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닭부터 잡기 시작했다. 일행 중 가장 젊은 주술사가 커다란 암탉 한마리를 번쩍 들어올리더니 목을 비틀었다.
그런 다음 선임 주술사가 재빨리 죽은 닭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 뒤 찬찬히 뜯어봤다.
길흉(吉凶)을 점치기 위해서였다.
닭의 내장이 흉하거나 병들었다는 판단이 서면 노파의 치료를 중단하고 다른 날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징조가 보였다고 판단했는지, 주술사들은 춤을 추며 노파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원숭이 뱀 박쥐 나비 등 4종류의 동물을 흉내내는 무당춤은 한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 짐승들의 춤을 추면 환자의 몸속에 들어간 잡귀가 뛰쳐나가고, 어떤 약초를 먹어야 하는지 알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내 주술사 한명이 환자와 함께 신들린듯 전신을 푸르르 떨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환자의 몸속에 있는 잡귀를 주술사의 염력이 몰아낸 것이다.
잠시 후 쓰러져 있던 주술사가 환자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두 사람의 얼굴은 온통 진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다른 주술사들은 조제한 약을 환자의 이마에 붙이고 주문을 외우면서 물을 뿌렸다. 빗자루처럼 생긴 나무가지에 닭피를 묻히고 다시 주문을 외우더니 마당에 내려쳤다.
노파의 치료는 이것으로 끝이 났다.
이처럼 마을의 길흉사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사게오니족의 주술사는 대대로 세습된다. 주술사는 자신의 아들에게 주술사가 되기 위한 자질을 어릴 때부터 키워주고 부단히 교육을 시킨다.
이들은 일부일처제를 고집하기 때문에 주술사가 아들을 두지 못하면 세습도 중단되는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