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야구탐구] 이종범 갈수록 무서워질 '폭풍'
기사입력 1998년 04월 30일 14시 33분
"잘 치면 2할6푼 정도 아닐까."
"아니야. 일본투수들이 아무래도 우리보다 수준이 높고 분석도 철저하기 때문에 첫해엔 2할4푼이나 5푼 정도면 성공이야."
"그럴까? 이종범은 근성이 있고 감각이 뛰어나 2할7∼8푼 정도는 칠 수 있을걸. 일본투수라고 별거 있나. 국내 투수들도 일본 과 같으니까 3할도 노릴수 있을 거야."
이종범이 일본으로 떠날때 야구인들끼리 나눈 이야기다.
제구력이 뛰어난 일본투수들이 이종범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바깥쪽 낮은 공과 유인구로 공략하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실제 지난달 29일까지 일본투수들이 이종범에게 던진 363개의 공을 분석해보면 28.4%인 103개가 바깥쪽 낮은 코스여서 이종범이 얼마나 어려운 승부를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두번째로 구성비율이 높은 공은 타석에 선 타자가 가장 어렵게 느끼는 바깥쪽 낮은 공과 대각선쪽의 몸쪽 높은 공(15%)으로, 이종범을 혼란시키는 전략이 이미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종범이 한때 투수와의 신경전과 대각선 공 배합에 말려들어 타율이 2할대로 떨어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왜 대각선의 공을 때리기가 힘들까.
실제 타석에 들어서보면 바깥쪽의 낮고도 빠른 공과 똑같은 높이의 궤적을 그리는 공이 슬라이더, 포크볼 등으로 변할 경우 말려들수 밖에 없다.
그러면 왜 이종범이 좋아하는 몸쪽 높은 공도 많이 던질까.
그것은 타자가 바깥쪽 낮은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가 역으로 몸쪽 높은 공이 들어오면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바깥쪽 낮은 공엔 배트 끝이 아래로 처지는 반면 몸쪽 공엔 배트를 세워야하기 때문에 아무리 몸쪽 높은 공에 자신이 있어도 갑자기 날아오면 치기 어렵다.
이종범은 4월 10∼12일까지의 야쿠르트와의 3연전에서 4사구에다 위의 2가지 패턴의 공까지 섞이는 바람에 페이스가 흐트러져 9타수 1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4월 21∼23일까지의 야쿠르트전에서는 몸쪽 높은 공과 바깥쪽 낮은 공을 안타로 연결시키면서 14타수 7안타를 때려 빠른 대응을 보여줬다.
일본야구는 한국 미국 스타일과 다르다.
그중 하나가 경기후 잘못된 점을 되새기며 다음 경기에는 반복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종범은 해태시절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는 자율야구가 몸에 배어있는 선수다.
만일 이종범이 어릴때부터 일본야구에 진출해 그런 분위기에 젖었다면 더 무서운 타자가 됐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