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군기반장 '감독님보다 더 무서워'
기사입력 1998년 04월 29일 15시 32분
안양 LG 선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박병주 감독, 이춘석 코치, 김현태 코치….
아니다. 주장 김봉수(28．GK)가 공포의 저승사자다.
LG가 98아디다스코리아컵 프로축구대회 A조예선 리그 대전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한 지난 25일밤.
이날 경기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LG는 조 2위로 4강에 올랐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주장 김봉수의 호된 질책에 기쁨은 커녕 두다리 뻗고 편히 잠도 자지 못했다.
"너희들, 정신상태가 썩었다. 왜 열심히 뛰지않았는가. 유니폼 벗고 싶은가."
김봉수의 엄격한 `군기잡기'로 요즘 LG선수들은 벌벌 떨고 있다.
예정된 시간에 따라 1초도 틀리지 않게 움직여야 하며 경기를 앞두고는 사생활도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김봉수의 험악한 얼굴을 떠올리며 하루 24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LG 선수들의 공통된 고백.
그렇다고 마냥 공포분위기만 조성하는 건 아니다.
일장 훈시를 한뒤 후배들이 주눅이라도 들라치면 조용히 숙소 밖으로 불러내 밥도 사주고 차도 함께 마시며 분위기를 풀어준다.
김봉수의 강력한 리더십 때문일까.
지난해에 비해 LG 선수들의 정신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지난시즌 막판 정신력 해이로 밥먹듯 역전패를 당했던 LG가 올해는 후반들어 더욱 강한 투혼을 발휘하며 한번도 역전패를 당하지 않은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지난달 중순 월드컵 대표팀의 차범근 감독에게 소속팀에서 봉사하고 싶다며 태극마크를 자진반납했던 김봉수는 "올시즌 최소한 한개의 타이틀은 차지할 수 있도록 후배들을 독려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