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ML메시지] '승패에 너무 연연했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29일 15시 32분
지난 28일 밀워키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많은 생각을 했다.
올시즌들어 가장 많은 8이닝까지 경기를 끌어갔고 투구수도 100개로 아주 이상적이었다.
작년 같았으면 비록 경기에 이기지 못했어도 아주 만족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분이 영 찜찜하고 어깨도 처지기만했다.
도대체 왜 내 기분이 그런 것일까 곰곰히 생각하면서 나는 4월을 힘들게 보낸 이유를 깨닫게 됐다.
스프링 트레이닝까지만해도 편하고 부담없이 경기를 치렀었다.
정규 시즌이 되면 팀에서 기대하는 만큼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줄 자신에 넘쳐 있었다.
구단에서도 2년간 300만 달러의 계약을 해줘서 나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되면서 한가지 그르친 일이 있었다.
이제야 깨달았지만 그것은 바로 내가 승패에 너무 연연했다는 점이었다.
게임이 풀리지 않을수록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하는데도 그것을 잊고 있었다.
게다가 허리까지 아파지자 심적인 부담은 더욱 커졌다.
승패에 연연하다보니 부진한 경기가 있으면 다음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부담감으로 더욱 힘들어만 졌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길 수 있다는 투지를 갖고 최선의 결과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지고 이기는 것이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인데 승부에 너무 연연하다보니까 많은 것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다보니 아주 기본적인 것들도 잊는 일까지 생겼다.
예를 들면 공을 던질 때 목표물, 즉 포수의 미트에서 눈을 떼어서는 안되는 아주 기초까지 까먹기도 했다.
참으로 힘들었던 4월이 지나가면서 나는 또 한가지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
승패에 집착할수록 승리는 나의 곁에서 오히려 멀어져 간다는 점이다.
앞으로 25번도 더 남은 등판은 차분한 자세로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승리는 최선을 다한 노력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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