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호씨] 영화'정사' 1인4역 맡아
기사입력 1998년 04월 29일 15시 32분
디자이너 정구호씨（36）가 이미숙 이정재 주연의 영화 `정사'의 의상과 인테리어 디자인, 메이크업, 소품 등을 모두 맡아 화제.
한사람이 네분야를 맡는다는 게 다소 의외로 느껴지지만 정씨의 다채로운 경력을 알고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83년 미국으로 건너간 정씨는 뉴욕 파슨즈대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고, 이후 요리에 심취해 미국에서 `세모네모'란 음식점을 운영했다. 이어서 카페주인,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변신한 정씨는 96년 귀국한 후 다시 패션 디자이너로 나서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같은 다양한 이력에 아직 미혼인 탓인지 그에겐 `자유주의자'란 수식어가 붙어다니지만 정작 본인은 "먹고 살기 위해 여러 일을 했을 뿐"이라면서 "옷 만드는 일은 어릴적부터 꿈이었기에 뒤늦게 디자이너가 됐다"고 말한다.
`정사'의 이재용 감독과는 미국유학 시절 무용가 안은미씨로부터 소개받아 알게된 사이. 이감독은 처음엔 정씨에게 미술감독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는데 정씨가 "의상도 맡겠다"고 욕심을 부렸다고.
정씨는 처음으로 도전해보는 영화의상에 대해 "주인공의 성격에 맞는 의상을 설정해야하고, 장면별로 분위기를 파악하고, 세트의 색깔과 조화를 이루어야하고, 다음장면까지도 염두에 두어야한다"고 말한다.
정씨는 극중 여유있는 집안의 부인 서현으로 나오는 이미숙에 대해선 유행을 타지 않는 깔끔하고 센스있는 의상을, 미국에서 살다온 인물 우인역의 이정재는 정장과 캐주얼을 조화시킨 의상을 설정했다.
[안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