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파노라마] 농구인들 술실력 '밑빠진 독'
기사입력 1998년 04월 28일 14시 51분
소주는 소주잔 대신 맥주잔으로, 양주는 스트레이트잔 대신 얼음잔으로.
그래도 간에 기별이 안갈 땐 빨대로.
농구판의 술문화는 유별나다.
`샷건주'(맥주에 구멍을 뚫은 뒤 `완샷') `파도타기주'(파도를 타듯 돌아가면서 계속 잔을 비우는 주법) 등 독특한 음주 스타일도 그렇지만 일단 들이키는 양에서 보통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11일 현대 다이냇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 축하연이 벌어진 강남의 모음식점.
이상민 조성원 등 선수 12명은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부은 채 "건배"를 외쳐대며 1시간여만에 `게눈 감추듯' 소주 100여병을 비웠다.
음식점 종업원들은 "술먹는 것도 챔피언감"이라며 입을 떡 벌렸지만 선수들은 "허 재형에 비하면 이 정도는 새발의 피"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농구 코트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주태백' 기아 허 재의 주량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플레이오프 MVP였던 기아의 `농구 9단' 허 재는 주량에서도 단연 MVP감으로 꼽힌다.
"허 재형이요, 소주 10병 정도는 거뜬히 마시죠. 형이 취하기 전에 후배들이 모두 정신을 잃기 때문에 주량은 아직 아무도 몰라요."
허 재의 주량에 대해 묻는 질문에 팀 후배 강동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요즘엔 술이 더 세져 주량은 더욱 안개속이 돼버렸다"고 귀뜸한다.
이처럼 `두주불사'로 소문난 허 재이지만 그래도 농구판 주당계에선 비주류에 속한다.
주류는 농구계의 `주성(酒聖)'으로 불리는 고려대 체육위원회 박 한 부위원장의 제자들.
고려대 시절 막걸리를 음료수 마시듯 했던 `0.1t의 하마' 현주엽과 `에어본' 전희철이 그들이다.
1m95, 105㎏으로 박부위원장과 체격조건이 비슷한 현주엽은 주량도 박부위원장과 닮은꼴.
현은 평소 술을 입에 잘 대지는 않지만 일단 팔을 걷어붙이고 마시면 `밑빠진 독'처럼 끝날 줄을 모른단다.
소주 서너병을 비운 뒤에야 비로소 얼굴 혈색에 변화가 생긴다는 게 술자리를 함께 했던 이들의 전언.
전희철도 술을 `마신다'라기보다 `털어넣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
전희철의 특기는 얼음잔에 양주를 가득 붓고 `완샷'을 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거푸 5잔은 해야 겨우 취기가 올라온다는 게 주당들의 얘기다.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