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감독] '16강 비법있다' 주위서 훈수 봇물
기사입력 1998년 04월 28일 14시 51분
"나 감독아니야. 총감독이 몇명인데."
월드컵대표팀의 차범근 감독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훈수꾼'들의 `장군．멍군'소리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21일간의 긴 유럽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것이 지난 24일.
아직 5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걸려온 전화와 편지, 잡상인들로 귓구멍이 따끔거릴 지경이란다.
이들을 분류해보면 2가지 종류.
`선수 관리파'와 `작전 지시파'로 나뉘어진다.
6년묶은 삼산에 담근 약이라며 불쑥 약병을 내미는 `약장사', 선수들에게 정신집중강의를 자청한 `심령술사', 선수들 스태미너에 더없이 좋다며 사철탕을 권하는 `몬도가네파' 등등….
이들이 설명을 마치고 마지막에 하는 말은 모두 똑같다고 한다.
"이것 먹으면 선수들 펄펄 날아."
`작전 지시파'도 결코 만만치 않다.
A4 용지 10장이 넘게 작전지시도를 그려 두툼한 소포로 부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자를 사칭, 전화를 연결한 후 10분이 넘게 지난 경기의 작전미스를 성토하는 `극성파'도 있단다.
또한 혹자는 "이렇게 간단한 것을 왜 못하느냐"고 꾸짖으며 선수를 포지션별로 선발, 아예 최종 엔트리를 작성해 보내줬다.
"집에도 아내를 포함해 아이들까지 총감독이 4명이나 있는데 다른 사람마저 이러니 정말 곤욕"이라는 차감독.
그러나 그는 "이렇게 정성과 관심을 갖고 대표팀을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의 한국축구가 있는 것 아니냐"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