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땐이렇게] 식곤증 사고 '형사입건' 면해
기사입력 1998년 04월 28일 14시 14분
서울의 S상사에 근무하는 권모과장은 며칠전 회사일로 과천을 가던중 남태령고개에서 어이없는 사고를 내고 어찌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당시 권과장은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과천으로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공교롭게도 사당동 4거리부터 시작된 남태령 고개길이 워낙 정체가 심해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점심식사 직후인지라 춘곤증이 몰려오더니 스르르 눈이 감기는 것이 아닌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애를 썼지만 그만 깜빡 졸다 앞에 가던 택시를 추돌하고 말았다.
내리막길에 앞차를 받은 탓에 차도 많이 망가졌고 승객은 목이 아프다며 병원에 갔다.
권과장은 무심코 피해 운전자에게 "내가 깜빡 졸았다"고 사과를 했는데 그 말이 화근이 되었다.
경찰서에서 사고조사를 받는데 피해자들의 진술은 한결같이 "권과장이 졸다가 사고를 냈다"고 하는게 아닌가.
권과장은 혹시 졸음운전이 중대위반 사고에 해당되어 형사입건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덜컥 겁이 났다.
이미 뱉은 말을 바꿀 수 없어 사실대로 경찰관에게 이야기를 했다.
조사 경찰관은 차량의 피해상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나더니 "과로운전중 사고내면 형사입건이 되지만 점심식사후 식곤증으로 깜빡 졸은 경우에는 과로운전중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종합보험에 가입했으면 일반적인 사고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고 `뜻밖의 판정'을 내렸다.
가슴을 쓸어낸 권과장은 종합보험으로 보상을 해주기로 하고 경찰서에서 스티커를 발부받는 것으로 사고처리를 마칠 수 있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