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 허름한 나루터-허물어져 가는 농가
기사입력 1998년 04월 28일 14시 14분
저수지를 굽어보는 낮은 언덕과 허름한 나루터. 몇 그루의 소나무 사이로 민들레 꽃씨가 날릴 즈음에 카메라는 돌기 시작한다.
연초록 화면에 들어오는 먼 발치의 한옥들. 그 가운데로 낡은 자전거 한대가 들어오고 화면은 다시 자전거를 따라 움직인다.
다음달 4일부터 전파를 타는 KBS 1TV TV소설 `너와 나의 노래'（극본 송정림, 연출 정성효）의 첫 야외촬영 현장은 `봄날의 수채화'라는 제목의 그림 한 폭 같았다.
인천광역시 강화읍 내가면 고천리의 저수지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
70년대 초반의 시골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곳은 허물어지는 농가에서 99칸 짜리 한옥집까지 제대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
"서울 근교에 이만한 장소가 있을 줄 몰랐다"는 것이 제작 관계자의 은근한 현장 자랑.
유행 지난 치마를 입은 음정희와 교복 차림의 염정아, 진한 뿔테안경을 걸친 이창훈의 모습은 주변 경관과 어울려 보는 이의 시감（時感）을 20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너와 나의 노래'는 서로 다른 성장배경과 성격을 가진 두 여자의 엇갈리는 삶을 그린 드라마. 초기 한달여는 염정아（이재숙）와 음정희（정미경）의 인연이 시작되는 고교시절의 얘기가 주를 이룰 예정.
"차분한 이미지가 아닌 새침떼기로 변신,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미는 음정희와 가난한 생활속에서도 밝게 살아가는 `억척이' 배역을 맡은 염정아의 연기대결이 볼 만하다"는 것이 정PD의 설명이다.
전 작품인 `모정의 강'에 이어 후속작에서도 다시 주연으로 연기하는 이창훈이 어떻게 변신할지도 관심을 끄는 부분.
나레이션이 깔리는 차분한 분위기가 특징인 KBS의 `TV소설'이 굴곡 많은 여자의 인생을 다룬 이번 작품에서도 과연 전과 같은 `절제의 미'를 유지할지 궁금하다.
[서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