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9)깊은밤 '도둑 사랑'
기사입력 1998년 04월 28일 14시 14분
간막이가 없는 공간에서 온 식구가 함께 잠을 자기 때문에 사게오니족 부부들은 밤마다 `도둑 사랑'을 나눠야 한다.
함께 누워자는 법이 없는 남편과 아내가 사랑을 나누고싶으면 미리 낮에 사인을 주고받은 다음, `심야의 기습 작전'을 벌이는 것이다.
온 식구가 깊이 잠들고 나면 남편은 `5분대기조'처럼 재빠르게 아내의 자리로 찾아가 부부 관계를 갖는다.
사랑의 행위가 끝나기가 무섭게 남편은 `낮은 포복'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시치미를 뚝떼고 잠을 청한다. 나란히 누워 여운을 즐길 틈도 없는 것이다.
이처럼 긴장감 속에서 남편과 몰래 사랑을 나눠서 그럴까?
사게오니족 여자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도 젖가슴이 팽팽한 편이다. 말라가삿에서 필자가 만났던 40대 여자의 젖가슴은 처녀처럼 탄탄하고 풍만했다.
그 비결이 뭐냐고 물어봤으나, 말이 통하지 않는 40대 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었다.
필자는 그녀의 젖가슴을 가리키며 다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느닷없이 그녀는 유방을 내 코 앞에다 불쑥 내밀었다. 몹시 당황한 나머지 필자가 얼굴을 붉히자 그녀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알고봤더니 그 40대 여자는 필자가 자신의 젖가슴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싶어하는 줄 착각했던 것이다.
사게오니족은 남녀 구분할 것없이 12살 성년이 되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문신을 새기는 이상한 관습을 지니고 있다.
동물뼈로 만든 바늘로 온몸을 찔러 상처를 낸 다음, 코코넛의 속껍질을 태운 숯가루를 상처에 발라 검은색 문신을 새기는 것이다.
문신 작업은 얼굴에서 시작해 가슴 배 허리 엉덩이 허벅지를 거쳐 발 뒤꿈치에서 끝난다.
여성의 경우엔 젖꼭지 부근, 남성의 경우엔 가장 은밀한 부분에도 어김없이 문신을 새기는 것이다.
주술사가 주도하는 이 문신 새기는 작업은 무려 60일이 걸린다.
사게오니족들이 아픔을 참으며 그 짓을 고집하는 이유는 문신이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영원한 의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려 두달 동안을 온몸에 문신을 새기는 작업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요즘 아이들은 전통적인 관습에도 불구하고 `성인식'을 거부하고 있는 추세다.
세태가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된 사게오니족 원로들도 이젠 더이상 아이들에게 문신 새기는 두려움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부락의 중심 인물인 주술사가 될 후계자들에게만 온몸에 문신을 새기는 작업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주술사들은 특히 어깨와 가슴 근처에 별이나 태양 같은 모양을 새겨 넣어 일반인들과 차별화시킨다.
온몸에 문신을 새긴다고 성인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문신이 아물고 나면 3개월 후에 더 무서운 `공포의 의식'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