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광인록카페] 사라진 록가수들 인기 '환생'
기사입력 1998년 04월 28일 14시 14분
록 뮤직은 죽음도 극복한다.
요즘 미국에선 이미 세상을 떠난 록스타들의 음악을 이용한 돈벌이가 대유행이다.
USA 투데이지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레게음악의 선구자 밥 말리를 비롯해 스티비 레이 본, 드러머의 사망으로 해산된 그룹 후,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으로 해산한 그룹 퀸의 음반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95년 리더 제리 가르시아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후 그룹 그레이트풀 데드의 음반들은 지난 97년 한해에 160만장 이상 팔렸다. 이는 제리 가르시아가 살았을 당시 한해에 나간 그레이트풀 데드의 음반판매량보다 많은 것으로 제리 가르시아의 사망은 그룹명처럼 `고마운 죽음'이 됐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반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작년 여름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망 20주년을 맞은 4개월동안 그의 앨범들은 세계적으로 1천만장 이상 팔렸다. 이는 96년의 판매량보다 무려 80％ 이상 늘어난 숫자다.
리드 싱어 커트 코베인이 자살한 이후 출반된 그룹 닐바나의 앨범 `언플러그드'는 500만장 이상 팔렸으며, 작년 11월 발매된 2장짜리 레드 제플린의 라이브 앨범 `BBC 세션스'는 지금까지 200만장 가까이 팔렸다.
요즘 미국 음반업계에선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 로이 오비슨, 해리 채핀, 프랭크 자파 등 죽은 가수들의 편집 앨범이나 라이브 음반의 재발매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세상을 떠난 가수들의 음반이 난데없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CD의 출현과 하이테크의 음향 재생술 덕택이다. 예전에 LP로 음악을 감상하던 올드팬들이 젊은 시절 좋아하던 죽은 록스타의 CD를 다시 사는 경우가 많고, 죽은 가수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새로운 10대팬들도 끊임없이 늘어난다.
70∼80년대 심지어는 60년대에 녹음한 음반인데도 현재 활동중인 인기 스타들의 음악에 비해 질적으로 조금도 뒤지지 않는 음악적 생명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클래식이라 불릴만큼 뛰어난 작품들뿐이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은 만성적인 불황에 IMF까지 덮쳐 빈사상태에 빠진 국내 음반업계로선 꿈같은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죽은 가수의 음반은 커녕 시퍼렇게 살아서 활동중인 수백명에 이르는 중견가수들의 음반들까지 거의 팔리지 않는 게 바로 우리의 실상이다.
우리 가요계가 왜 이렇게 참담한 상황에 이르렀을까.
지난 수년간 청소년들의 코묻은 돈을 노리고 말초감각만 자극하는 저질 가요만 양산, 보급했기 때문이다. TV나 라디오를 틀면 중등학생은 고사하고 초등학생들이나 좋아하고 히트 후 6개월만 지나도 잊혀지는 저질 가요만 나오는 판국이었다.
음악업계 종사자들은 20년이나 30년 후에도 사랑받을 수 있는 가요의 발굴과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의 정한（情恨）을 진솔하게 담은 음악의 발굴과 보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