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월드컵메시지] '지피지기면 16강 보인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27일 15시 18분
앞으로 45일－.
월드컵 최초의 1승과 16강을 노리는 한국이 지금 가장 신경을 써야할 일은 무엇일까.
내 경험으로는 이제부턴 `상대팀 연구'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축구협회도 기술위원들을 활용해 E조 상대국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보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어떤 전술을 펼치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미리 대비하는 일이다.
선수들의 움직임도 하나하나 분석하고 팀 전술과 게임운영방법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팀의 좌－우 윙백이 공격가담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면 1－4－5－1이나 1－5－4－1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스트라이커를 한명만 중앙에 배치하고 양쪽 날개는 벌려서 수비까지 신경을 써줘야 한다.
이는 월드컵대표팀이 별도의 전술변화 없이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대 스트라이커의 수에 따라서도 수비와 공격전술이 달라져야 한다.
상대가 한명의 공격수를 내세우면 한국은 좌－우 윙백을 공격적인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유리하며, 상대가 투톱을 쓰면 수비형 미드필더를 스토퍼도 겸할 수 있는 선수로 기용해 중앙수비를 강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한국팀의 경우 골을 먼저 뺏기면 흥분해 자기 지역을 버리고 상대를 따라다니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극히 위험하다.
절대 서둘지 말고 자기 위치를 지키면서 수비를 하되 역습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게 중요하다.
특히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공격템포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자칫 한국의 마크맨들이 유인전술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
맨투맨 마크를 할 때도 우리쪽으로 물러서지 말고 상대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공격적인 수비를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빠른 수비전환으로 찬스를 만들기가 쉬울 뿐더러 상대에게 프리킥이나 코너킥을 내줘도 실점할 가능성이 적다.
특히 유럽팀은 프리킥과 코너킥에서 골을 잡아내는 확률이 아주 높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은 반칙에 관한 한 가장 엄격한 대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퇴장선수가 많이 나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
만약 스토퍼가 퇴장을 당하면 수비형 미드필더를 끌어내리는 등 퇴장선수의 포지션에 따라 적절한 대응방법을 미리 연습해둬야 당황하지 않는다. [밀라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