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이'빠진 호랑이 비상구가 없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27일 15시 18분
아카데미상 한번 탄 미국의 어느 영화감독은 오스카 트로피를 치켜 올리며 "나는 세계의 왕이다"라고 외쳤다.
해태 김응용감독(57)은 `왕중의 왕'이다.
한국시리즈서 9번 우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태의 위기는 실감나게 다가오고 있다.
26일 현재 3승9패로 최하위.
지난 26일 잠실 OB전서 해태는 선발 이강철이 무너지고 내_외야 불안이 겹치며 2대10으로 크게 졌다.
11안타를 흩뿌렸고 잔루는 11개, 안되는 야구의 전형을 보여준 셈.
급기야 김응용감독의 분통이 폭발했다.
이날 저녁 해태 박건배구단주의 초청으로 강남구 양재동의 모음식점에서 있은 선수단 회식자리서 김응용감독의 고민은 그대로 드러났다.
박구단주가 해태의 부진 이유를 묻자 김감독은 ▲이종범의 공백 ▲용병 부재를 꼽았다.
공_수와 기동력의 70%를 차지했던 톱타자와 억대신인들보다 훨씬 전력에 보탬이 되는 외국인 선수가 없음은 해태 프런트에 대한 무성의를 지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응용감독은 이종범의 주니치 진출 전제조건으로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구단측은 이런저런 이유로 미룬 바 있다.
김감독이 더욱 속상해하는 부분은 막연한 기대.
"여름이 되면 해태는 예년처럼 힘낼 것"이라는 주위의 말이 마뜩치 않다.
더구나 "일본과 미국프로야구의 작년 우승팀들이 전부 하위권에 처져 있으니 (해태의 몰락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농담하는 팀관계자들의 말엔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투_타는 물론 수비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해태의 비상구 탈출 기미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김성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