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누기'의료봉사] '힘들지만 보람'
기사입력 1998년 04월 27일 15시 18분
스포츠조선과 한국방송연기자협회가 공동으로 결성한 `사랑나누기 의료봉사단'이 강원도 산골짜기에 사는 소녀가장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26일 강원도 평창군 장평1리의 평창군 복지회관.
군청으로부터 봉사단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1호 환자'로 나와있던 김선영양(16·주천종고 1·평창군 미탄면 기화리)의 `검은 얼굴'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환해졌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외롭게 살고 있는 김양을 가장 괴롭혀온 것은 얼굴 전체에 검게 퍼져있는 `오타씨 모반'.
검은 점이 얼굴을 뒤덮고 있는 선천성 기형이었다.
사춘기의 여고 1년생 김양에게는 이 피부병이 `천형(天刑)'이었다.
가난과 외로움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만 먹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얼굴은 소녀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한(恨)이었다.
머리카락으로 검은 점을 가리려고 애를 써봤지만 아무런 소용없었다.
서울 큰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비용이 무려 1천만원이 넘는다는 이야기에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가슴앓이만 해야 했다.
그러나 김양을 진찰한 서울 이지함피부과(마포구 대흥동) 지혜구 원장이 그 자리에서 치료비 전액은 물론 서울로 통원치료를 하는 교통비까지 마련해줄 것을 약속하자 소녀의 운명은 바뀌게 된 셈이다.
지원장은 "1년 동안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검은 점이 80%쯤 사라질 것"이라며 "어른이 된 뒤 가볍게 화장을 하면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군 복지과 박정자 과장(57·여)은 "남에게 얼굴을 자신있게 보여주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야 하는 선영이의 운명이 바뀐다고 생각하니 같은 여자로서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 봉사단 서인석 단장은 "처음 시작한 봉사활동에서 한 소녀의 한을 씻어줬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찾아 아픔을 함께하고 달래주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오전 10시 연예의료봉사단이 평창군 복지회관에 도착하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200여명의 이곳 주민들은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기쁨과 TV에서만 보았던 연예인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축제 분위기였다.
인기 탤런트와 코미디언들이 안내와 간호사 역할을 맡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아픈 곳도 없이 "그냥 왔다"고 털어놓는 `가짜환자'가 속출.
○…봉사단 MVP는 이영자.
걸죽한 입담을 자랑하는 이영자는 큰 목소리로 환자들의 접수를 돕는 한편 정선희 홍진경과 함께 대기실을 돌아다니며 즉석 공연을 펼쳤고, 마지막에는 평창군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기자랑의 사회를 보아 갈채를 받았다.
○…97년 신장암 수술을 받았던 김주승은 노인환자를 진료실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아 땀을 뻘뻘 흘렸다.
김주승은 "지난해 큰 수술을 받은 터여서 환자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애인과 함께 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여행자클럽' 회원인 김미숙은 유치원 원장답게 몰려드는 청소년팬들을 정리하며 입구에서 칫솔을 나눠줬다.
또 오후에는 용평면 재산리에 있는 토마토 영농조합에서 토마토를 상자에 담아 나르는 일을 하며 땀을 뻘뻘 흘렸다.
○…밤샘 촬영으로 뒤늦게 현지에 도착한 염정아는 신경통증클리닉의 `보조간호사'로 맹활약.
염정아는 할아버지 환자들이 자주 바지를 훌떡 내리는 바람에 얼굴을 붉혔다.
○…남자 탤런트들은 토마토창고에서 `힘'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서인석 장동환 김흥기 등은 토마토를 컨베어벨트까지 나르고 토마토박스를 쌓느라 웃도리를 흠뻑 적셨다.
[평창=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