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 훈9단●김동면 6단
기사입력 1998년 04월 27일 14시 39분
제3보(40∼58)＝강 9단이 `도전5강'으로 맹활약을 하던 80년대까지만 해도 김 6단을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90년대 들어서도 마찬가지. 그저 재야의 기사로만 인식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그가 재작년부터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며 바둑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 분발의 요인은 이렇다.
`요즘 신예들의 활약상에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 첫째요, `더이상 신예들의 독주를 방관만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둘째다. 선배로서 자존심도 지키고 약육강식의 프로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고 향학열을 부추긴 것이다. 최근 `신예킬러'로 떠오른 것도 그의 의지의 소산이라 하겠다.
백 40에 흑은 순순히 44까지 백의 수습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모습. 다음 `가'와 `나'를 맞보기로 백은 안전하다. 이렇듯 알기쉽게 하변 흑진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면 애초 하변 흑 모양에 하자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어서 요즘엔 이 모양이 잘 두어지지 않는다.
어쨌든 다음 흑의 한수가 중요한 작전의 기로였다. 그런데 흑 45, 47의 발상은 좋은 호응을 얻지 못했다. 뭔가 `억지'같은 느낌을 풍기며 흑이 굳이 상변 백 진을 이렇게 파고 들 이유내지 가치가 없다는 것. 상변은 백으로서 발전성이 적은 곳이어서 이렇듯 특공대까지 투입하면서 국면을 어렵게 이끌 필요가 없었던 것.
그래서 그려진 흑의 멋진 구상이 [참고도] 흑 1∼5까지. 두어놓고 보니 흑의 모양이 활발하고 능동적이다. 이렇듯 쉬운 길을 마다하고 실전의 어려운 길을 택한 것에는 흑 53의 선수활용과 흑 57의 지킴으로 일단 실리상 득을 본 뒤 상변 흑말만 수습하면 된다는 발상인데….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