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당황과 황당의 차이
기사입력 1998년 04월 27일 14시 39분
말의 앞 뒤를 바꿔도 뜻이 같아지는 것이 있는데 `기러기'니 `소개소'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채소＝소채, 병문＝문병, 구걸＝걸구… 들이다.
그런데 말의 앞 뒤를 바꾸면 오히려 뜻이 강해지는 `강조어'가 되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당황'과 `황당'이다.
원래 당황은 몹시 놀라거나 창피한 일이 있어서 어쩔줄 모를 때 쓰는 건데 이게 앞뒤가 바뀌어 `황당'이 되면 남자는 `자지러지게' 놀라고 여자는 `X지러질'듯 억수로 놀라는 말이 된다.
어떤 경우들인가.
♡ 맛있게 사과를 먹는데 벌레 한 마리가 나오면 당황하게 되지만 벌레 반마리가 나오면 황당하기 이를데 없다.
♡ 신혼 여행지 호텔의 벨보이가 신랑에게 아는척 하면 당황하지만 신부에게도 아는체 하면 남자는 황당해 미친다.
♡ 중3 아들 녀석 책가방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되면 당황스럽다. 그러나 금연교실 접수증까지 나오면 이건 황당하기가 말할 수 없다.
♡ 여자랑 별로 슬프지도 않은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나오면 당황스러운데, 시시해 하품을 하다가 눈물이 흐르면 이건 황당 그 자체다.
♡ 비오는 날 일부러 우산을 감추고 여자의 우산 속을 파고 들었다가 우산이 발각되면 당황하기 마련인데, 우산에 가려진 그 여자가 친누나일 경우 황당하기 짝이 없다.
♡ 모처럼 2천CC짜리 한 대 뽑아서 고속도로를 속도 내며 달리는데 1200이나 1500CC짜리들이 앞으로 끼어들면 당황, `튀코'가 옆으로 쌩 지나가면 이건 숫제 황당하다.
♡ 남편이 두번째 외박을 하고 들어 왔다. 첫번째는 팬티를 뒤집어 입구 와서 무지 당황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여자 팬티를 입구 와서 황당의 극치를 보여 줬다.
♡ 신혼 첫 날 밤.
`초보운전자'들이 각광을 받는 날이다.
지나치게 서툰 남자의 `솜씨'는 여자를 당황하게 하고 똑 소리나게 능숙한 여자의 `몸놀림'은 아, 남자를 황당의 바다에 빠뜨리고 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