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74)스타킹
기사입력 1998년 04월 26일 15시 31분
스타킹을 신고 있는 젊은 미녀들의 `롱다리'는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맨살이 좋다는 남자도 많지만,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더욱 에로틱하다는 남자들도 적지 않다.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스타킹이 선보인 것은 18세기 중반이다. 니트를 짜는 편물기가 발명돼 스타킹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파리의 궁정 귀부인들은 너나없이 스타킹을 신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때도 스타킹은 이미 속옷 못지않는 에로틱의 상징이었으며 사치의 표시였다.
당시 사람들은 다리를 성기의 연장으로 보았다. 그런만큼 다른 사람에게 다리를 내보이는 것은 수치스러운 행위로 여겨졌다. 여성들이 스타킹을 찾은 이유도 바로 그런 스타킹의 매력 때문이었던 것이다.
로코코 시대의 돈많고 시간많은 여인들은 돈을 펑펑 써가며 호화찬란한 스타킹을 사들이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스타킹에는 보석과 금은으로 수를 놓았다. 유행색은 주로 흰색 푸른색 장미색 등이었다. 실크에 화려한 자수를 놓은 스타킹은 한 켤레에 100루불이나 했다. 스타킹에 정부나 연인의 이름을 새겨넣는 여인들도 부지기수였다.
나폴레옹의 여인들 가운데는 스타킹 광이 많았다.
황제의 제1부인이었던 조세핀（1763∼1814）. 그녀는 의상에 관한 한 프랑스 제일의 감각을 자랑하던 여인이었다. 그런 여자가 스타킹의 매력을 모른체 할리 없다.
그녀는 눈처럼 흰 실크로 스타킹을 만들어 그 위에 자신의 이름 `조세핀'을 새겼다. 그녀가 갖고 있던 스타킹은 108켤레였는데, 한 켤레에 18∼72프랑이었다.
황제의 제2부인이었던 마리아 루이스（1791∼1847） 또한 대책없는 스타킹 광이었다.
호사취미가 있는 분석가들은 두 여자의 스타킹 애호벽을 섹스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나폴레옹의 성적 편집증에 영향받아 스타킹을 긁어모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의문사항 하나. 요즘이야 여자들이 미니스커트에 스타킹을 걸치고 각선미를 뽐낸다지만, 그 옛날에는 땅바닥에 옷자락을 질질 끄는 치마가 유행하지 않았는가. 아무리 선정적인 스타킹을 신어봐야 치마에 가려 보이지 않는데?
당시 여인들의 스타킹은 불특정 남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스타킹은 남편이나 정부에게 은밀하게 보여주는 소중한 의상이었던 것이다.
"어머, 부끄러워라. 스타킹이 흘러 내렸군요!"
여인들은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곤, 남편이나 정부 앞에서 치마를 걷어올렸다. 치마가 올라가면 그곳에는 속옷도 입지않은 여인의 어떤 신체부위가 남자들의 시선을 반겼다. 이런 행위는 그 시대의 멋이요, 낭만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스타킹 공장이 돈이 없어 월급 대신 스타킹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빵 대신 스타킹인 셈이다.
조세핀이 이 소식을 들으면 사정도 모르고 세상 좋아졌다고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