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형의도쿄통신] (4)소프트 아이스크림 가게
기사입력 1998년 04월 26일 15시 31분
세상에서 가장 돈 안드는 장사중 하나가 아이스크림 가게다.
10년전 일본에 왔을때 제일 먼저 머리를 쳤던 아이스크림 가게는 `따블 아이스크림'이라는 거였다.
아시다시피 아이스크림 종류는 10가지 이상이 있다. 바닐라, 초코, 호도, 메론 등등. 진열대를 보면 아이스크림 종류들이 좍 써 있는데 한가지만 먹기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 곳 장사방식은 손님이 두가지 내지 세가지 맛을 볼 수 있도록（물론 똑같은 값에） 서비스를 하는 것이었다.
아이스크림 뜨는 기계를 작은걸 사용하여 `바닐라+초코'나 `호도+메론' 식으로 두 번 떠주는 거다.
그런데 손님이 세가지를 원하면 조금 더 작은 아이스크림 뜨개로 세번을 퍼준다. 지금이야 이런 방식을 많이 쓰지만 당시엔 일본도 이런 상술이 흔하질 않아 이 가게는 유독 잘 됐었다.
하여튼 손님들에게 인상을 주려면 `차별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 리어카 장사가 불법으로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일본에선 그나마 최소한의 투자 단위가 한평짜리 소프트 아이스크림 가게다.
이건 최소한의 돈으로 특별한 기술없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장사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그게 아니다.
목이 좋거나 맛이 좋을때 장사가 잘 되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목이 별로 안 좋을 수도 있고, 재료가 거기서 거기라 보통 아이스크림 맛 이상은 안 날때가 많다.
특히 다들 똑같은 기계를 쓰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경우 맛이 좋아서 일부러 거기까지 찾아가서 먹을 정도는 안된다.
다만 어느 거리를 걷거나 어떤 특정지（백화점같은）를 갔는데 사람들이 소프트아이스 크림을 들고 다니는걸 보고 먹고 싶어서 찾기 마련이다.
대개 소프트아이스크림 가게는 작아서 눈에 잘 띄질 않는다. 바로 이 점이 승부의 기점이라 본다.
손님의자를 놓을 공간이 없다는 사실은 역으로 거리 전체를 우리가게 소프트아이스크림 선전장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옛날 맥도날드 햄버거를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았던 일본인은 장사방식으로 손님 앉는 시설을 다 치워버리고 청춘들이 거리일대 전체에 자기 햄버거를 들고 다니며 먹게 만드는 방식으로 성공했었다.
시설비를 아껴 더 싸게 팔기에 박리다매가 가능하기도 했던 것이다.
아이스크림 가게도 마찬가지. 소프트크림도 모양을 높이 올린다거나 색깔을 아주 예쁘게 내면, 젊은이들이 들고 다니며 선전을 해 주는 거다.
일본 수많은 소프트크림 집들 중 장사 잘 된다는 곳들에 대한 취재특집이 났는데 공통점은 역시 크림 모양이 아주 가늘게 높이, 그리고 예쁘게 감겨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내가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또 하나는 며칠전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 힌트를 얻은 소프트크림 장사술이다.
가게 위에 작은 입간판을 세우되 그건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웃는 그 모습.
이런 입간판을 가게 앞에 실제 사이즈로 세워 놓아도 좋고 아니면 목 좋은 곳에다 안내판으로 세워 놓으면 틀림없이 성공한다.
가게 이름은 물론 소프트크림 `로마의 휴일'이나 `소프트 헵번'이다.
◇맛으로 차별화가 안되면 모양으로 또는 간판으로 차별화가 되야 승부나는게 아이스크림 장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