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김순덕총무] 한국신 빚어낸 '마라톤 대모'
기사입력 1998년 04월 23일 15시 23분
한국최고의 마라토너 이봉주가 귀국하던 지난 22일 김포공항.
이봉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눈시울을 붉히는 `여인'이 있었다.
코오롱 마라톤팀의 김순덕총무（42）였다.
그녀가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친 것은 이봉주가 코오롱으로 스카우트되던 지난 95년부터 시작된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왔기 때문이다.
정봉수감독이 한국마라톤의 `대부'라면 김순덕 총무는 `대모'였다.
한국신기록을 3번이나 갈아치운 김완기를 시작으로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도 그녀의 따뜻한 손길에 떠밀려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라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김완기나 황영조, 최근 동아마라톤에서 우승한 김이용, 그리고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한 이봉주가 `양지의 주역'이었다면 그녀는 `음지의 주역'이었다.
90년대에 수립된 한국마라톤 기록갱신은 모두 6차례.
김완기가 3번, 황영조가 2번, 이봉주가 1번 등 6차례의 한국기록 갱신 모두를 코오롱 선수들이 해냈다.
그때마다 정봉수감독은 선봉에 서서 선수들을 독려했고 김순덕 총무는 뒷전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을 완벽하게 해냈다.
특히 김총무는 한국 마라톤만이 하는 특유의 `식이요법'을 개발해냈다.
죽을 각오를 하지 않고는 달리지 못한다는 마라톤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25㎞만 지나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35㎞에 다다르면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바로 이 한계점에서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법을 개발한 사람이 바로 김순덕 총무였다.
이번 로테르담 마라톤에 출전하는 이봉주에게도 그 특유의 식이요법을 시켰고 경기 직전까지 먹어야하는 음식을 바리바리 싸 날짜와 끼니를 구분하는 꼬리표까지 붙여 들려 보냈다.
김총무의 역할은 이것만이 아니다.
엄청난 훈련량을 참지 못해 방황하는 선수들의 갈등해소도 김총무의 과제.
정봉수감독의 강훈련에 내몰려 파김치가 된 선수들을 더독거리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
요즘엔 일이 더 늘었다.
신장병때문에 매 6시간 마다 복막투석을 하는 정감독의 건강을 보살피는 일이 하나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결혼도 미루고 마라톤과 더불어 땀을 흘리는 그녀도 한때는 육상선수였다.
대구 경명여고_영남대에서 원반선수로 활약한 그녀에게 마라톤은 평생의 `반려자'이자 삶의 터전이다.
그녀에게도 꿈이 있다.
바로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김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