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관전평] 득점찬스서 병살 '야속한 방망이'
기사입력 1998년 04월 23일 14시 54분
볼카운트가 불리해 지면서 주도권은 밀워키 브루어스 타자들에게 넘어갔다.
1회를 삼자 범퇴로 끝낸 박찬호는 2회말 4번 버니츠에게 연속 2개의 볼을 던진뒤 3구째 직구를 던졌지만 좌중간 담장을 튀기는 2루타를 허용했다.
직구에 강한 타자임을 알면서도 가운데로 던져야 하는 상황을 자초한 셈이었다.
5번 그리슴을 파울 플라이로 잡았으나 발렌틴에게 다시 볼카운트 0_2에서 결국 4구를 내줬다.
그리고 연거푸 투수 앞을 스쳐 중견수 쪽으로 날아가는 안타로 2점을 내주면서 게임은 꼬이기 시작했다.
주심 제리 크로포드의 좁기 만한 스트라이크존도 박찬호의 부진을 부채질했다.
몇차례 스트라이크존을 스치는 투구에도 크로포드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자 박찬호는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색이 뚜렷했다.
마운드를 벗어나 주위를 돌며 손에 입김을 불고 시간을 끌면서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3회말 자하에게 안타를 맞고, 버니츠를 4구로 진루시킨후 그리슴에게 마저 번트 안타를 맞으면서 완전히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발렌틴에게 볼카운트 1_2에서 몸쪽 직구를 꽂았으나 우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맞았고, 박찬호의 승리 기회는 아스라이 멀어져 갔다.
밀워키 타자들은 내셔널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4구를 얻을 정도로 선구안이 좋은 데다 끈질긴 근성마저 발휘, 박찬호를 괴롭혔다.
특히 짧게 잡고 강속구를 제대로 쳐내는 좋은 공격력을 과시했다.
다저스 타자들은 초반 박찬호가 안정된 투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번번히 무산시켰다.
다저스는 1회 선두타자가 무사에 2루까지 나갔고, 2회에도 1사 1,2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후속 타선들이 무기력하게 범타와 병살로 물러났다.
지난 3게임에서 다저스의 총 득점은 4점이었다.
2회에 2점을 빼앗기고 나자 박찬호는 1,2회의 기회를 무산시킨 동료들이 야속할 수 밖에 없었다.
초반 2실점은 패전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뜻이었다.
타자들이 계속 슬럼프에 시달리면 투수들도 항상 불안한 가운데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4이닝 동안 6실점을 하고도 패전을 면했다.
승운은 아직 따라주지 않지만 패배를 면하는 행운만은 그의 곁에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