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73)순결
기사입력 1998년 04월 23일 14시 54분
옛날 중국의 새신랑들은 아내와 첫날밤을 보낸 뒤 동네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드려야 했다. 그 `뭔가'가 희한한 물건이었다.
`뭔가'는 신부가 처녀였다는 흔적이 묻은 붉은 침대보였다. 신랑은 동네 사람들을 향해 붉게 물든 침대보를 흔들어댔다. 신랑이 침대보를 흔들지 못하면 신부는 `하자품' 취급을 받았다.
신부가 `하자품'으로 밝혀지면 신부의 아버지는 신랑에게 신부값을 환불해주어야 했다. 신랑이 원하면 이혼당하는 수모도 감수해야 했다. 이런 풍속 때문에 신랑에게 `뭔가'를 보여드리지 못한 신부는 자살까지 했다. 중국에서 이런 악습이 사라진 것은 1950년이었다.
스페인에도 비슷한 악습이 있었다.
스페인 처녀들도 결혼 초야에 자신의 처녀성을 증명해야 했다. 신랑은 첫날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처녀의 흔적이 묻은 속옷을 창가에 늘어뜨렸다.
그런 다음 신랑은 "내 여자는 처녀였다"고 외쳤다. 그러면 동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깨끗한 처녀랑 결혼했구나 하면서 축하했다.
이 정도는 아직 약과다. 중동 지역의 신부들은 더 심한 고통을 받아야 했다.
중동 지방에서는 음부 봉쇄술이라는 악습이 있었다. 음핵 소음순 대음순을 절제한 뒤 양쪽 부위를 봉합하는 악질적인 수술이다.
특히 결혼 첫날밤에 남편의 성기가 여성의 질에 들어가지 않으면 손톱이나 칼로 봉쇄된 음부를 건드리기도 했다.
이런 풍습 때문에 여성들은 섹스행위에 엄청난 불안을 느껴야 했다. 섹스는 공포였고, 그래서 여성들은 후천성 성교장애나 불감증에 시달려야 했다.
음부 봉쇄는 처녀성 수호의 방법이었다. 중세 유럽의 정조대보다 잔혹한 풍습이었다.
불감증에 대해서도 남자들은 긍정적이었다. 남자들은 여자가 너무 섹스에 집착하면 못쓰는 것으로 생각했다.
최근들어 순결 다짐식을 올리는 학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순결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청소년순결운동본부에 따르면 서울 대원외국어고 등 20개 이상의 중@고교가 최근 순결다짐식을 가졌고, 오는 6월까지 49개교가 이 행사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대체 순결이란 무엇일까.
서울시 교육청이 개발, 이번 학기부터 사용하고 있는 고등학생용 성교육 교과서는 순결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순결은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며, 누구나 지켜야 할 보편적 당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성행위를 경험할 경우에는 순결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