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6)니아스족-'헤드헌팅' 전통지켜
기사입력 1998년 04월 23일 14시 54분
인도네시아 국토의 가장 서쪽에 있는 니아스는 제주도보다 2.7배나 큰 섬이다.
수마트라 주변의 섬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휴양지이기도 한 니아스섬에는 60여만명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
니아스섬에 사는 많은 부족들은 각각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다. 이들 부족끼리의 공통점이 있다면 과거엔 철저한 계급 사회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귀족들은 평민 계급과 결혼하는 법이 없었고, 노예계급에 속하는 천민들은 인신 매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7세기 중엽엔 이곳이 노예 매매의 중심지로 떠올라 유럽의 노예상들이 몰려왔을 정도였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인들이 노예를 사기 위해 빈번히 왕래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니아스섬에 사는 부족중에서도 특히 니아스인들은 아주 호전적이어서 남에게 지기를 싫어했고 싸움이 붙었다하면 후퇴를 몰랐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벌여왔기 때문에, 수마트라에서 가장 호전적이라는 바탁족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노예 확보를 위해 다른 마을 사람들과 끊임없이 충돌했던 니아스인들은 인간의 머리를 사냥한 것으로 유명하다.
잘라낸 적군의 머리는 다양한 용도로 쓰여졌다. 건물을 신축할 땐 부적으로 붙였고, 마을의 지도자를 매장할 땐 묘지안에 부장품으로 넣었다.
심지어 처녀가 시집갈 때도 가문의 명예를 표시하는 필수 지참물로 사용했다.
니아스인들은 또 적군의 이빨을 통째로 뽑아 말렸다가 자랑스럽게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전통은 19세기 초 네덜란드 선교사들이 활동하면서부터 점차 사라져갔다.
필자가 얼마전 니아스마을에 들렀을 때 그곳 사람들은 `헤드 헌트'를 즐길 때 썼던 투구와 칼, 창과 방패 등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칼은 사람의 머리를 겨냥하는데 알맞도록 만들어졌으며, 보통 칼(劍)과는 달리 날이 반대쪽에 있어서 볼수록 섬뜩했다.
적군의 머리를 전리품처럼 자랑했던 니아스인들은 자신들의 목을 지키기 위해서도 무척 애썼다.
그들은 적들과 싸울 때 목이 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야자나무로 만든 굵은 목걸이를 애용했다.
그저 둥글고 커다란 링에 불과하지만 목을 보호하는 데는 안성맞춤이었다고 그들은 설명한다.
야자나무는 원래 질기고 돌멩이처럼 단단한 나무이기 때문에, 아무리 예리한 칼로 내리쳐도 칼날이 나무에 박힐 망정 목은 멀쩡했다는 것.
지금도 니아스 원주민들은 민속공연 때마다 야자나무로 만든 목걸이를 착용하고, 모조품이긴 하지만 적들의 이빨을 허리춤에 전대처럼 차고 무시무시한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계속]
[유재홍=모험여행 사진작가]
▲니아스 가는 길
인도네시아 최서남단의 오지 니아스로 가는 길은 번거롭다. 우리나라에서 갈 경우엔 싱가포르를 거쳐 수마트라의 주도인 메단에 닿은 뒤, 다음날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니아스행 경비행기를 타면 된다. 메단_니아스간 20인승 경비행기는 하루 한번 뜨고내리며 여행사를 통해 반드시 예약을 해둬야 한다.
창을 들고 상대를 공격하는 니아스족. 자신의 목을 보호하기 위해 야자나무 목걸이를 걸었다.
이웃 마을과의 싸움에서 이긴 니아스족들이 돼지를 잡아 승리의 축제를 벌이고 있다.
인간의 머리 사냥을 즐겼던 니아스족 전사의 후예. 표정이 험상궂고 써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