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어른들에 띄우는 생활의 지혜
기사입력 1998년 04월 23일 14시 54분
`사랑의 시인'으로 불리는 정호승씨가 우화집 `당신의 마음에 창을 달아드립니다'(해냄출판사)를 펴냈다.
`당신의…'는 정씨의 세상에 대한 지혜를 담은 75개의 짧은 이야기를 엮은 `어른들을 위한 우화집'.
근년들어 시인들의 우화집 출간은 어릴적 이솝우화를 통해 맛본 `우화'란 장르의 재미를 독자들에게 다시 선물했다는 게 출판계의 설명. 안도현 시인의 `연어', 최승호 시인의 `황금털 사자' 등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씨의 우화집을 기획한 해냄출판사 정해종 편집장은 "시인의 인생에 대한 직관이 우화란 장르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같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 `친구'란 소제가 붙은 우화는 한 사형수와 쥐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사형수가 쥐를 위해 먹던 밥을 남겨놓자, 이들은 어느새 친구가 된다. 사형수는 쥐와 친해지면서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때론 죽음에 대한 공포도 잊는다. 그러던 어느날 사형수는 쥐를 감방에 남겨두고, 형장으로 끌려간다. 사형수는 목에 밧줄이 걸리는 순간에도 쥐를 생각한다.
우화는 감방에 대한 묘사로 끝을 맺는다. `사형수가 죽은 다음날, 한 교도관이 사형수가 살던 방을 정리하러 갔다. 웬일인지 그 방에는 쥐 한마리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죽어 있었다.'
정씨는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 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등을 발표했고, 소월시문학상과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요즘 정씨는 녹색갤러리에서 조각가 박정애씨와 시집 제목을 딴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전을 열고 있다.
[안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