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행교수] '30년인생 책과CD로 정리했어요'
기사입력 1998년 04월 23일 14시 54분
해마다 4월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로 시작되는 가곡 `목련화'. 70∼80년대 방송의 단골 레파토리였다.
그 `목련화'로 유명한 성악가 엄정행씨(56．경희대 교수)가 데뷔 30년을 맞아 기념음반 `내 마음의 강물'(삼성클래식스)과 자서전 `목련화에 새긴 영혼'(혜화당)을 냈다.
"노래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30년이 금세 지나갔네요. 하지만 앞으로도 몇 년은 더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객이 원하지 않을 때까지 무대에 설 거예요."
그는 지난 68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진 이후 지금까지 53회의 독창회와 1천237회의 연주회를 가졌다. 오페라는 10여회. 음반만 LP@CD 합쳐 32장이나 된다. 세계 기네스북감이다. 50대 후반에 독집을 낸 것도 드문 일이다.
"노래는 마약같은 것이에요. 무대에 설수록 노래하고 싶은 욕심이 더 생깁니다. 조명이 비치고 피아노 건반이 첫 음을 낼 때의 그 설레임을 잊을 수 없어 자꾸 공연을 해요."
엄씨는 목소리의 특성상 오페라보다 가곡을 더 많이 불렀다. 콘서트가수. 가곡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가곡의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가곡에는 우리의 삶과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시적인 가사가 청중과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해주지요. 요즘엔 가사가 난해해져서 안타까워요."
지난해에도 110여 회나 무대에 선 그는 올해엔 8회 밖에 공연하지 못했다. IMF한파에다 지방선거가 겹쳐 공연이 뜸해진 탓이다.
후배들에게는 "소리에 인생을 걸지 말라"고 충고한다. 성악가는 목소리가 좋다는 말보다 노래가 좋다는 평가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교양을 풍부하게 쌓아야 한다.
자서전에는 성장과정, 스승@제자관계와 함께 `신년음악회' 등 역대 대통령 앞에서 노래했던 에피소드를 담았다.
[임정식 기자]
